'감히 이재명 체제를 흔들어?'…정봉주 "명팔이" 발언 역풍 맞았다

입력 2024-08-13 11:01
수정 2024-08-13 11:02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이재명 팔이'를 하는 무리를 뿌리 뽑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이재명 체제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평가가 나와 역풍을 맞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정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강성 지지층은 정 후보에 대한 징계를 언급하고 있다.

강성 친명인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가 사랑했던 정봉주를 잃어버렸다"며 "내일이라도 '당원들께 사죄'한다고 하면, 적어도 저는 정봉주 형님을 안아드리려고 한다"고 썼다.

그는 "내일까지는 비록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날지언정 기다리려고 한다"며 정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전날 정 후보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 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 지금처럼 이재명팔이 무리들을 방치한다면 통합도, 탄핵도, 정권 탈환도 어렵다"고 말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친명계인 김병주 최고위원 후보도 전날 "누가 앞에서 이재명을 팔면서 뒤에서 이재명을 팔아넘겼는가. 앞과 뒤가 다른 자, 오로지 이재명 대표 공격에만 몰두하는 자, 이런 자들이야말로 진짜 '이재명 대표를 파는 자' 아닌가"라며 정 후보를 저격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3위(14.02%)를 기록하고 있는 김 후보는 "정치인은 국민과 당원과의 신뢰가 깨지는 순간 정치적 생명이 끝난다"며 "어디 한 번 계속 공격해 보시라. 김병주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겨누는 화살을 기필코 모두 부러트리겠다"고 강조했다.

한준호·전현희·강선우 최고위원 후보 역시 정 후보를 겨냥한 글을 올렸다. 한 후보는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다. '이재명팔이' 누가 하고 있느냐"라고 말했고, 전 후보는 "정치는 신의와 의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절대 동지를 배신하지 않고 뒤에서 칼을 꽂지 않는다는 철학을 평생 실천해왔다"고 했다.

강 후보 역시 "이재명의 억강부약 대동세상, 이재명의 기본사회, 이재명의 먹사니즘 저 참 많이 팔았다. 더 팔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지호 전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도 정 후보를 향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원래 장수를 치기 전에 말부터 베는 것이다. 당원대회가 동지들을 악마화하는 장으로 혼탁해져 유감"이라며 "누구를 친명팔이로 악마화해서 공격하고 매장할지 모르겠으나 나부터 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보의 강성 지지층은 정 후보를 향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그의 지지층이 모인 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긴급 공지'를 올려 "운영진은 지금까지 모든 최고위원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를 금지했었고 지난 8일 즈음 불거진 특정 사안에 대해서도 제3자의 발언으로 인한 것이기에 그 진위 여부를 두고 기존대로 규정을 이어나갔었지만, 특정 최고위원 후보에 한해 비판을 전면 허용한다"고 알렸다. 사실상 정 후보를 향해 '좌표 찍기'를 지시한 것이다.

민주당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는 '정봉주 후보자 징계 청원'도 올라왔다. 승인 대기 중인 해당 청원에서 글쓴이는 "(정 후보가) 있지도 않은 경선 개입설을 퍼뜨리며 (이재명) 당 대표 후를 공격하고, 심지어 당원들과 싸우겠다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당과 당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단합과 품위를 심대하게 훼손했다"며 "공식적으로 징계 청원을 한다"고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