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혼 부부 넷 중 한 쌍이 동거 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이혼'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전체 이혼 건수가 감소세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3일 아사히신문은 2022년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를 인용해 일본 전체 이혼 건수가 17만9099건으로 2002년의 28만9836건 대비 약 40% 줄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동거 기간 20년 이상의 황혼이혼이 3만8991건으로 20년간 4만건 안팎을 유지하면서 황혼이혼의 비율이 23.5%로 늘었다. 이는 1947년 통계 집계 이후로 최대다.
동거 기간이 20년 이상~25년 미만의 이혼은 1만6404건, 25년 이상~30년 미만은 1만829건, 30년 이상~35년 미만은 5192건, 35년 이상은 6566건이었다. 이혼 건수가 가장 많은 동거 기간은 5년 미만으로 5만2606건이었으나 그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혼인 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고령화로 장수가 일반화되면서 황혼이혼의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비영리법인 일본 가족 문제상담연맹의 오카노 아츠코 이사장은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 자녀가 독립하고 퇴직한 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성격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새 인생을 찾기 위해 부부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사례가 눈에 띈다"고 밝혔다.
또 과거에는 남편의 정년이 이혼의 계기가 되기 쉽다고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정년 전 중년의 나이에 위기를 맞는 부부가 많다고 짚었다. 50대 이후 '역직(役職) 정년'을 맞은 남편이 급여 감소를 계기로 노후 준비 문제나 자녀 양육비를 이유로 아내와 부딪히는 경우가 많으며 아내가 이를 참지 못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역직 정년은 일본의 오랜 인사 관행으로 50세 이후 일정 나이(통상 55세)에 이르면 과장·부장 등 관리 직책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해당 직원의 실질 급여가 줄어든다.
한편, 경제적인 요인 외에도 이즈음 육아가 일단락된다는 점도 부부가 이혼을 결단하는 요인이 된다. 오카노 이사장은 퇴직금과 연금 등 재산 분여를 생각할 경우 "아내는 통상 남편의 정년 2~3년 전부터 (이혼 준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