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졌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상승세 둔화 추세를 보이면 미 경기의 연착륙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실물 경기 급하강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도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미 노동부는 7월 PPI가 전월 대비 0.1% 올라 전월(0.2%)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전망치인 ‘전월 대비 0.2% 상승’보다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전년 대비 상승률도 2.2%에 그치며 전월(2.7%)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상승률 2.3%도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PI 상승률은 0%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PPI의 세부 지표 가운데 상품 비용은 휘발유 등의 가격 상승으로 0.6% 올랐지만 서비스 비용은 기계 및 차량 도매업체의 마진 축소 등으로 0.2% 하락했다. 서비스 비용이 하락한 것은 작년 12월(-0.1%) 후 처음이다.
PPI는 제조업체가 원자재 등을 사들이거나 운송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격을 집계한 일종의 ‘도매물가’이며 소비자 인플레이션의 풍향계로 여겨진다.
미국 PPI는 올 5월 전월 대비 보합세를 나타낸 데 이어 6월 들어서도 상승률이 전월 대비 0.2%에 머물러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됐다. 이날 뉴욕증시 개장 전 S&P500과 나스닥 등 주요 지수 선물은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데이브 그렉섹 에스피리언트 투자전략 이사는 “Fed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며, 정책 운용의 폭도 커졌다는 점이 현재 시장 반응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호한 경기 지표가 잇달아 발표됐지만 미국인은 약 60%가 이미 경기가 침체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서비스기업 어펌에 따르면 6월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9%는 경기가 침체 상태라고 답했다. 복수 응답 기준으로 미국이 불황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 68%가 생활비 상승을 꼽았고, 친구 혹은 가족이 돈에 관해 불평하는 것(50%)을 다음 이유로 답했다. 친구들이 지출을 줄이는 것을 눈치채서(36%),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해서(20%) 등 다른 이유도 언급했다. 미국이 침체에 빠졌다고 답한 이들은 경기 침체가 금방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2025년 7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인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은 침체에 접어들어 ‘침체(recession)’와 ‘분위기(vibe)’를 합친 이른바 ‘바이브세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지표와 체감 경기의 괴리를 두고 조이스 창 JP모간체이스 글로벌리서치총괄은 5월 CNBC 금융고문 서밋에서 “지난 몇 년간 부의 창출은 주택 소유자와 고소득 계층에 집중됐다”며 “하지만 아마도 인구의 약 3분의 1은 혜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이것이 그런 괴리가 생기는 이유”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현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