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 단지명에 지역과 시공사 브랜드를 포함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눈길을 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단어를 활용해 아파트 희소성을 높이고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가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공급하는 ‘그란츠(GLAnz) 리버파크’(407가구·투시도)는 ‘Great Life A and Z’라는 영문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개개인의 인생을 더 가치 있게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단지는 DL이앤씨의 주택 브랜드인 ‘e편한세상’ ‘아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다.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가 보여주지 못한 차별화된 가치와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그란츠라는 새로운 단지명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분양 단지에 ‘레벤투스’ ‘원펜타스’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모두 라틴어를 활용한 게 공통점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서는 ‘래미안 레벤투스’(308가구)는 라틴어로 ‘귀환’과 ‘재림’을 의미한다. 강남 대표 부촌 이미지를 보여주고 도곡동 래미안 타운의 시발점이 되겠다는 취지에서 이 단어를 썼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는 하나를 뜻하는 영어 단어(one)와 엘리트를 의미하는 라틴어(pentas)를 합친 이름이다.
GS건설도 아파트 이름에 라틴어를 썼다.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1101가구)에서 라첼스는 라틴어로 ‘높게, 높은 곳에’라는 뜻이다. 입주민의 위상을 드높일 주거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이 라틴어를 단지명에 붙였다.
아파트 단지명은 시공사 브랜드와 지역명을 조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은 영어보다 익숙하지 않고 고급스럽다는 이유에서 라틴어나 새로 만든 단어 조합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어 단지명도 유행을 따라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이름을 지을 때 외국어, 신조어 사용이 무분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네 이름, 건설사 브랜드에 외래어까지 더해져 아파트 이름이 과도하게 길거나 이해하기 힘든 사례가 많아져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