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페니체 오페라극장이 없는 베네치아는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의 얘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탈리아 베네치아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등과 더불어 세계 정상급 극장을 선정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다. ‘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주세페 베르디의 3대 오페라로 불리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조아키노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등 세기의 명작을 초연한 오페라의 성지(聖地)로도 유명하다.
23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 소속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가 처음 한국을 찾는다. 오는 10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악단이 1853년 초연한 라 트라비아타를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들려준다. 공연의 지휘봉은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깊은 통찰로 정평이 난 한국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잡는다.
정명훈은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와 인연이 깊은 지휘자다. 2013년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의 평생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명훈은 베르디 ‘오텔로’ ‘맥베스’,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다수의 오페라 공연에서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 신년음악회를 지휘해 두터운 신뢰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공연 프로그램인 라 트라비아타는 1800년대를 배경으로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꽃으로 불리는 화류계 여성 비올레타와 순수한 귀족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오페라다. ‘길을 잃은 여인’이란 뜻의 이 오페라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1막에서 유명 이중창 ‘축배의 노래’가 등장하는 오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화려한 솔리스트 라인업으로 눈길을 끈다. 먼저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올가 페레탸트코가 주인공 비올레타 역을 맡는다. 페레탸트코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등 세계적인 오페라 명가에서 잇따라 주역을 꿰찬 프리마 돈나다. 2010년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에서 리골레토 주인공 질다 역을 완벽히 소화해 평단의 호평을 받은 그는 에코상, 오푸스 클래식상 등 국제적 권위의 음반상을 휩쓴 인물로 유명하다.
알프레도 역으로는 1996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등에서 활약해 온 미국 출신 테너 존 오즈번이 출연한다. 이 밖에 바리톤 강형규(조르지오 제르몽 역), 메조소프라노 신성희(플로라 베르부아 역), 테너 김재일(가스통 역), 소프라노 문현주(안니나 역) 등이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악단의 내한 공연인 만큼 라페니체오케스트라의 라 트라비아타는 진정성 있는 작품 해석과 탁월한 연주력, 정명훈의 섬세한 표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악단과 관객이 진정한 음악적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