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에 투자한 ‘일학개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정책금리가 오르면서 일본 주식을 담은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꺾였지만 금리 상승에 유리한 엔화 관련 상품들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서다.
일본 펀드·ETF 수익률 ‘미끄덩’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일본 펀드 39종(ETF 포함)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5.63%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해외 펀드 중 일본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다. 이달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해외 펀드 수익률이 대부분 고꾸라졌지만 급락장이 먼저 시작된 북미 펀드(-7.97%)와 올해 들어 내내 부진한 중국 펀드(-5.79%)보다 일본 펀드가 더 부진했다.
일본 펀드 중에서도 반도체 업종 종목을 담은 ETF의 수익률이 특히 안 좋았다. ‘TIGER 일본반도체FACTSET’은 최근 1개월 사이 주가가 18.70% 하락했다. 낙폭이 커지면서 이 ETF는 연중 상승분을 반납했다. 연초 대비 주가는 1.36% 낮아졌다. 비슷한 ETF인 ‘ACE 일본반도체’도 연중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종가 기준 연초 대비 3.35% 올랐다.
일본 주식 공모펀드도 수익률이 미끄러졌다. 일본 공모펀드 중 순자산 규모 1위인 ‘피델리티재팬’은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5.43%, 2위인 ‘KB스타재팬인덱스’의 1개월 수익률은 -17.39%로 부진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단기 정책금리를 종전 연 0∼0.1%에서 연 0.25%로 인상하면서 일본 증시가 급락했다. 엔저(低) 효과가 사라지면 일본 수출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 데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 매도 포지션 축소)도 일어나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10일 달러당 161.6엔까지 치솟아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해 전날 기준 146.9엔으로 떨어졌다.
일본 증시가 지난주 급락 이후 낙폭을 축소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저가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엔저 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상승세가 나오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년간 일본 증시는 내수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랠리를 펼친 것이 아니라 엔화 약세 덕분에 랠리가 펼쳐진 것”이라며 “일본은행이 신중론으로 돌아섰지만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 일본 내 정치권의 금리 인상 요구 등을 고려하면 엔·달러 환율이 재차 급등할 수 있다”고 했다. 엔화 투자 상품은 수익 쏠쏠일본 주식 ETF들의 수익률이 낮아졌지만 반대로 엔화 관련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높아졌다. 엔화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인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최근 1개월(7월 12일~8월 13일) 사이 6.98% 상승했고, 엔화에 투자하는 레버리지형 상장지수증권(ETN)인 ‘메리츠 KAP 레버리지 일본 엔화’는 같은 기간 13.77% 뛰었다.
일본 엔화 강세와 채권금리 하락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상품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는 최근 한 달 사이 각각 9.99%, 10.03% 올랐다. 비슷한 미국 장기채 ETF들이 최근 한 달 동안 3~5% 정도 오른 것을 고려하면 엔화 강세 효과가 두드러졌다.
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한 일학개미는 최근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서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이상 엔화 헤지’ ETF를 7739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이 ETF도 미국 채권금리 하락과 엔화 강세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