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반도체가 배터리 원료로…'경북형 탄소중립' 시동건다

입력 2024-08-13 18:55
수정 2024-08-14 02:05
경상북도가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기업 육성과 수출 증대를 위한 공격적인 정책을 펼친다. 13일 경상북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3%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북형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표적인 사업은 반도체 폐자원에서 실리콘을 추출·정제해 2차전지 음극재 원료로 공급하는 첨단전자산업 녹색융합클러스터 조성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실리콘은 중국 의존도가 80%에 달해 자원 무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도체기업 등에 위기 요인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구미국가4산단 일대가 녹색융합클러스터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2030년까지 457억원을 투입해 구미에서만 연간 1만t에 이르는 반도체 폐자원을 재활용한다.

경상북도는 탄소중립을 기업의 성장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혁신 기술 실증화 사업도 추진한다. 규제 샌드박스 연계, 대·중소기업 간 기술 공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한 국제표준인증 취득 지원 등을 통해 탄소중립 앵커기업 20곳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건물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15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효율 제고에 나선다. 수송 부문에서는 노후 경유차 18만 대 폐차, 수소차 1800대·전기차 7만2000대 보급, 탄소중립 포인트제(자동차 분야) 2만7000대 가입 확대 등을 통해 34만t의 온실가스를 줄일 계획이다.

이런 탄소중립 정책의 성공 사례로 포스텍 출신이 설립한 베리워즈(대표 김성우)가 주목받고 있다. 환경 벤처는 돈을 벌기 어렵다는 업계 고정관념을 바꾼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지난달 캄보디아에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 이륜차로 전환하는 운영시스템을 수출했다. 2043년까지 전기 이륜차 300만 대 판매는 물론 한국과 캄보디아 정부 간 국제온실가스 감축사업의 일환으로 2033년까지 900억원(2043년 9000억원) 규모 탄소배출권을 국내로 들여왔다. 국내 기업이 NDC(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제 감축 실적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기 이륜차 생산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는 폐배터리에서 희귀 자원을 회수하는 공장도 완공한다.

경상북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여겨지던 탄소중립 목표를 ‘돈이 되는’ 사업으로 만들어 새로운 기업을 키우고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탄소중립이 지역 경제와 지방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