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시히카리 제쳤다…농촌서 벌어진 韓日 '벼품종' 대결

입력 2024-08-13 11:26
수정 2024-08-13 11:38


‘임금님표 이천 쌀’로 유명한 경기 이천은 2022년 원료곡을 일본 벼 품종인 ‘고시히카리’와 ‘아끼바레’에서 ‘해들’과 ‘알찬미’로 완전히 대체했다. 경기 포천도 2022년부터 지역 상품인 ‘기찬 쌀’의 원료곡을 고시히카리에서 해들과 알찬미로 바꿨고, 올해는 이들 품종의 재배면적을 작년의 4배 수준인 2000㏊로 확대했다.

국내 벼 재배면적 가운데 외래 벼 면적 비중이 7년새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2016년부터 수행한 ‘수요자 참여형 벼 품종 개발’ 연구 효과다.

13일 농진청에 따르면 국내 벼 재배면적은 2017년 75만4784㏊에서 올해 69만4404㏊로 줄었고, 같은 기간 외래 벼 면적도 8만2952㏊에서 2만7766㏊로 감소했다. 전체 벼 재배면적에서 외래 벼 재배면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11.0%에서 4.0%로 낮아졌다.

농촌에서 외래 벼를 대체하고 있는 신품종은 상대적으로 쓰러짐과 병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가 입장에선 농사짓기 편하고, 농약과 비료에 쓰이는 돈도 아낄 수 있다. 밥맛도 우수해 경제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2021년 농진청이 분석한 결과 알찬미 재배 농가의 소득이 아끼바레를 재배할 때보다 1㏊당 약 300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알찬미 재배면적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724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장점에도 아직 농촌엔 외래 벼를 재배하는 곳이 많다. 농진청은 농민들이 기존 재배법과 품종에 익숙하고, 새 품종을 재배할 경우 일 년 농사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품종 전환을 꺼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비용도 진입 장벽 중 하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브랜드 농산물에 외래 벼 품종을 오랫동안 활용해왔다 보니 새 품종으로 대체하면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농진청은 2020년 11개소였던 최고품질 벼 생산·공급 거점 단지를 올해 말까지 전국 50개소로 확대하고 있다. 2027년까지 외래 벼 재배면적을 1만㏊ 이하로 줄일 방침이다. 박기도 농진청 중부작물부 부장은 “우수한 국산 벼 품종을 개발·보급해 농가 수익을 창출하고, 한국의 벼 종자주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