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디어필드매니지먼트가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BNCT) 주제 서밋을 열었습니다. 다원메닥스도 초청받아 임상 아이디어 등을 공유했죠. BNCT로 뇌종양·두경부암을 치료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겁니다.”
유무영 다원메닥스 대표(사진)는 12일 “BNCT가 방사선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다원메닥스는 국내 첫 BNCT를 개발했다. 임상시험을 거쳐 내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식약처 차장 등 공직에 몸담아온 유 대표는 2020년 12월 다원메닥스 대표로 취임했다.
BNCT는 붕소가 중성자와 만나면 큰 에너지를 낸다는 원리를 활용한 암 치료기다. 암만 찾아가는 붕소 약물을 환자에게 주입한 뒤 입자를 빛의 14% 속도로 가속해 만들어진 중성자에 노출시키면 중성자가 붕소를 찾아가 암세포를 정교하게 없앤다. 외부에서 암 모양에 맞춰 방사선 노출 부위를 설계하는 양성자와 중입자는 정상 조직 영향을 줄이기 위해 20~30회 치료한다. BNCT는 암을 찾아가기 때문에 1회 치료면 끝난다. 정상세포와 암세포가 엉긴 침윤성 암이나 흉막·복막 전이암 등에도 쓸 수 있다. 재발암도 마찬가지다. 암 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일본에선 2020년 스미토모중공업의 뉴큐어가 두경부암 치료용으로 허가받으면서 상용화 시대가 열렸다. 원형 가속기인 뉴큐어와 달리 다원메닥스는 선형 가속기를 개발했다. 유 대표는 “원형은 치료에 쓸 수 있는 중성자 발생 효율이 69%지만 선형으로 이를 92%까지 높였다”고 했다.
치료 가능성은 확인했다. 완치율 10% 미만인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 재발 환자 6명이 참여한 임상 1상에서 2명이 20개월 가까이 생존해 일상 생활로 복귀했다. 두경부암, 유방암, 흑색종, 폐암 등의 재발 환자로도 치료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