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20주 연속 상승하며 전고점을 뚫는 아파트가 늘어나는 가운데, 집값 상승세가 경기 외곽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고점에 바짝 다가서는 모양새다. 서울 치솟더니…옆세권 넘어 경기 외곽까지 집값 '껑충'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평택시 지제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8억4500만원(23층)에 거래됐다. 소위 국민평형(국평)이라 불리는 이 면적의 이전 최고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 연장과 평택지제역 콤팩트시티 계획이 발표된 지난해 6월 기록한 9억원(26층)이다. 실거래가는 그해 말 7억7000만원(20층)까지 주저앉았지만,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이전 최고가에 한층 다가섰다.
지제동 개업중개사는 "지제역 인근 단지는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의 배후 주거지라 기본적인 수요가 꾸준하다"며 "거기에 서울 출퇴근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가격도 전고점을 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로 출퇴근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까지 지제역 일대에 관심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에 따르면 GTX는 노선별로 △A노선 동탄~평택 지제 △B노선 마석~춘천 △C노선 덕정~동두천, 수원~아산 등이 연장된다. 연장된 노선이 운행할 경우 평택 지제에서 서울까지 20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실제 연장 개통까지 남은 기간이 길지만, 집주인이나 매수자 모두 연장 개통에 대한 호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레이크타운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10억원(31층)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 동일 면적은 집값이 치솟았던 2021년에도 최고가 행진이 9억9500만원(18층)에서 멈추면서 '10억 클럽' 진입을 눈앞에서 놓친 바 있다.
인근 개업중개사들은 '신안산선' 개통 기대감이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신안산선은 안산에서 출발해 시흥·광명을 거쳐 여의도까지 이어지는 복선전철이다. 안산에서 지하철 4호선 등 기존 광역 교통망을 이용할 경우 서울까지 1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신안산선이 개통하면 여의도까지 30분대에 닿는다. 외곽 집값도 뛰었지만…"매수세 아닌 매도 우위 영향"안산레이크타운푸르지오 앞에는 신안산선 호수역이 예정됐다. 당초 내년 4월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늦어져 현재는 2026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사업시행자인 넥스트레인이 올해 초 2029년 4월 개통을 요구한 만큼 추가 지연 가능성도 남은 상태다.
서울 접근성 개선을 좌우하는 신안산선 개통이 지연되고 있지만, 집값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고잔동 개업중개사는 "안산에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는 대부분 시화·반월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며 "수요자 가운데 서울로 출퇴근하는 비중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도 지하철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4호선이 있기에 신안산선 지연이 실거주자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20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 집값이 치솟으면서 '옆세권(서울 인접 지역)' 집값도 뛰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과천시와 성남시 분당구, 구리시, 하남시 등은 지난달 거래 절반 이상은 가격이 오른 상승 거래로 나타났다. 옆세권마저 가격이 오르자 경기 외곽 집값마저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치솟았던 2021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일선 개업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지제동 개업중개사는 "올해 초 대비 매물이 많이 늘었지만, 실제 거래할 의향이 있는 매물은 많지 않다"며 "호가가 중층은 8억5000만원 이상, 고층은 9억원 이상으로 올라갔다. 집주인 대부분이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잔동 개업중개사도 "집을 팔겠다면서도 사람이 드나드는 건 번거로우니 집을 보여주진 않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며 "2021년에는 무주택자가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올랐다면 지금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줄이고 가격을 높이는 매도자 우위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