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평화 향한 15년 여정"…뮤지컬 '영웅' 15주년 공연 성료

입력 2024-08-12 08:49
수정 2024-08-12 08:50

뮤지컬 '영웅'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위상을 재확인하며 지난 11일 15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내렸다.

15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지난 시즌에 안중근 역을 맡아 100만 관객 돌파의 영광을 함께한 세 배우가 다시 무대에 올라 더욱 큰 감동을 선사했다. 2009년 초연부터 15년간 안중근 역을 맡아온 정성화, 2010년 안중근 의사의 서거 당시 나이인 만 30세에 처음 안중근을 연기한 양준모, 그리고 새로운 안중근으로 주목받은 민우혁이 모두 돌아와 관객들에게 인상 깊은 무대를 선보였다.

'영웅'은 지난 15년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왔다. 2019년 초연 10년 만에 영화로 제작, 2022년 개봉해 327만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의 대중성을 입증했다. 2023년에는 뮤지컬 '영웅'의 극작가 한아름이 공들여 작업한 대본집을 출간해 팬들의 오랜 기대에 부응했다. 이달 21일에는 공연 실황을 담은 뮤지컬 '영웅: 라이브 인 시네마'를 개봉한다.

뮤지컬 '영웅'은 지난 15년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이번 15주년 기념 공연은 총 62명의 배우와 22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함께하는 역대급 규모로 선보여 한층 더 밀도 높은 극을 구현했다.

특히 극중 캐릭터에도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이 출연해 주목받았다. 하얼빈 의거 직전 안중근을 보호하다가 사망하는 가상의 중국인 조력자 왕웨이와 안중근의 사형 집행을 지켜본 실존 인물 치바 도시치 역에 실제 화교 배우 왕시명과 일본 배우 노지마 나오토를 캐스팅해 무대 위에서 '작은 동양평화'를 그려내며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 메시지에 큰 힘을 실었다.


이번 시즌에는 공연과 더불어 '뮤지컬 영웅 탐구생활'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생 관람객들이 뮤지컬의 매력을 무대 안팎에서 풍부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서예, 역사, 노래, 안무 강의와 실제 공연 관람이 포함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뮤지컬 '영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서예 강좌는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의 캘리그라피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장천 김성태 서예가가, 역사 강좌는 '탐탐역사'의 역사 해설사 김영희가 진행했다. 노래 강좌는 15주년 기념 공연에서 외무대신 역을 맡은 배우 조영태가, 안무 강좌는 뮤지컬 '영웅'의 안무 조감독이자 배우인 박경수가 맡아 참가자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뮤지컬 장르에 대한 친숙함을 높이고 어린 관객층을 탄탄히 다지는 데 기여했다.

또한 뮤지컬 '영웅'의 초연 연출을 맡았던 윤호진 예술감독의 인터뷰가 담긴 15주년 히스토리 영상 '동양평화를 향한 15년의 여정'이 공개돼 15년간의 여정에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었다.

이 영상은 한 청년으로부터 작품 제작을 의뢰받은 운명적인 순간부터 초연까지 5년에 걸친 제작 과정을 조명하며 설희, 링링, 왕웨이 같은 가상 인물 설정에 담긴 의미와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또 다른 역사를 꿈꾸는 포부를 전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영웅'은 이후 지방 투어를 시작, 수원(8월 16일~18일, 경기아트센터), 부산(8월 23일~25일/30일~9월 1일, 소향씨어터), 울산(9월 6일~8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안동(9월 13일~15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대구(9월 20일~22일/27일~29일, 계명아트센터)에서 15주년의 열기를 계속 이어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