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금융지주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규모 특혜대출을 해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자체적으로 비리를 바로잡지 못하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를 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에게 23회에 걸쳐 454억원을 대출했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실제 사용자로 의심되는 대출 162억원(19건)까지 합하면 총 616억원의 대출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흘러 들어갔다. 이 가운데 350억원 규모가 부정 대출인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대출에 연루된 점을 찾지 못했다지만 금감원 판단은 다르다.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전만 해도 해당 친인척 관련 대출이 4억5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파악한 부정 대출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회장 친인척이 허위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우리은행은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다. 심지어 해당 법인이 자본잠식 상태이고 담보물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담보 가치가 전혀 없는데도 대출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본부 승인 없이 지점장 전결로 해당 법인의 신용도를 올려주기도 했다. 본점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도 엉망이었다. 이런 허술한 관리로 인해 전체 대출액의 44%인 269억원에서 연체가 발생했다. 그 피해는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으로 다른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
우리은행은 2022년 본점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뒤 내부통제를 강화했다고 공언했다. 그해 말 본부감사부를 새로 만들고 여신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여신관리본부도 신설했다. 그러나 올 5월 우리은행 직원이 170억원대 대출금을 빼돌린 데 이어 이번에 전임 지주사 회장이 연루된 부정 대출 사건까지 터졌다. 금감원 검사에서 나타난 대로 조직 내 ‘절대 지존’인 지주 회장 앞에서 내부통제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이런 부정행위는 다른 시중은행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은행권 전반에 감독 강화와 내부통제 재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