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 대기업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가 주요 사업인 TV 네트워크 영업 실적과 재무제표 악화로 투자자 우려가 커져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뉴욕증시에서 워너브러더스 주가는 장중 12.7% 하락하면서 6.73달러를 찍었다. 이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합병으로 2022년 4월 출범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주가 하락폭이 40%에 달한다. 설립 이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올해 2분기 영업·재무 실적은 투자자의 실망감을 키웠다. 워너브러더스는 실적 보고서에서 방송 네트워크 부문의 비현금 영업권 손상차손 91억달러(약 12조5262억원)를 포함해 2분기 순손실이 약 100억달러(약 13조765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방송사업 가치 하락에 따라 관련 자산의 장부가액을 12조원 넘게 상각했다는 의미다.
워너브러더스는 CNN을 비롯해 HGTV, TNT, TBS 등 미국 주요 케이블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채널은 지난 수년간 시청률과 가입자가 감소해 고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시장 가치와 장부가치 차이, 미국 방송광고 시장의 지속적인 약세, 미국프로농구(NBA)를 포함한 스포츠 판권 갱신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 같은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워너브러더스는 1980년대부터 NBA를 중계해왔지만, 내년 이후 중계권이 다른 사업자로 넘어갔다. NBA는 지난달 디즈니 산하 방송 채널인 ESPN·ABC, NBC유니버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3개 업체와 향후 11년간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워너브러더스는 이 계약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사업뿐 아니라 워너브러더스의 2분기 전체 실적도 저조하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작년 동기보다 16% 감소했고, 매출은 6% 줄었다. CNN은 워너브러더스의 방송 자산 상각과 관련해 “TV 사업에서 유일하게 높은 시청률을 지속하는 라이브 스포츠 프로그램이 중계권을 잃을 경우 회사에 재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을 인정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