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줄 모르던 젠지 e스포츠의 '연승가도'가 막을 내렸다. 젠지의 앞길을 막은 건 또다시 KT 롤스터였다. KT는 지난 9일 서머 스플릿 2라운드 젠지와의 대결에서 1세트를 내줬지만 2, 3 세트를 내리 승리하면서 2 대 1로 역전승에 성공했다. 젠지는 지난 2024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부터 이번 서머 스플릿까지 무려 29연승을 기록하며 최다 연승 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웠다. 3승만 더 기록하면 서머 정규리그를 전승으로 제패할 수 있었다. 하지만 KT에게 패하며 30연승과 전승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젠지의 전승 기록을 KT 롤스터가 가로막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젠지는 지난 2024 LCK 스프링 역시 17승 1패로 전승 우승 달성에 실패했는데 당시 유일한 1패를 안긴 주인공도 KT였다. KT는 이날 승리로 'KT 롤러코스터'라는 별명을 또 한 번 증명했다. 해당 별칭은 경기력의 기복이 심해 강팀에게 이길 수 있지만 약팀에게도 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KT는 이번 시즌 리그 꼴찌인 10위 OK저축은행 브리온에게 패배하고 압도적 1위인 젠지에게는 승리하는 이변을 선보였다. KT가 플레이오프까지 고점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번 KT의 승리 일등공신은 미드 라이너 '비디디' 곽보성이었다. 이날 KT는 1세트 신규 챔피언인 오로라를 풀어줬다가 패배했다. 젠지의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이 오로라로 7킬 0데스 5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일격을 당한 KT는 2세트부터는 오로라를 닫으며 변수를 차단했다.
특히 2세트 미드 코르키를 선택한 곽보성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젠지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을 상대로 서포터 '베릴' 조건희와 함께 퍼스트 킬을 만들어냈다. 이후 경기 시간 6분경 미드 라인 아래에서 시작된 교전에서 추가로 3킬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곽보성의 성장을 앞세워 진격한 KT는 경기 시간 30분 만에 젠지를 상대로 2세트를 따냈다.
곽보성은 2세트 코르키로 13킬 1데스 4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POG(Player of the Game)에 선정됐다. 이로써 곽보성은 POG 포인트 800점을 달성하며 한화생명e스포츠 정글러 '피넛' 한왕호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3세트에는 KT의 허를 찌르는 밴픽과 이를 가능케한 곽보성의 챔피언 폭이 젠지를 무너뜨렸다. 상대에게 후반 밸류픽의 상징인 미드 코르키를 내준 상황에서 KT는 미드 스몰더를 깜짝 기용했다. 이를 통해 후반에도 뒤지지 않는 밸류 조합을 완성했다. KT의 정글러 '표식' 홍창현이 마오카이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스몰더가 성장할 시간을 벌었다.
경기 시간 29분까지 젠지가 골드 격차를 벌리며 리드했지만 후반에 접어들수록 스택이 쌓인 스몰더의 활약이 시작됐다. 경기 시간 36분경 벌어진 한타에서 곽보성의 스몰더가 상대 딜러진에게 큰 대미지를 입히며 젠지의 전선을 뒤로 밀어냈다. 젠지의 미드 라이너 '쵸비' 정지훈을 잡아낸 KT는 내셔 남작(바론) 사냥에 성공했다. 골드 격차를 역전 시킨 KT는 젠지를 몰아붙였다. 경기 시간 39분경 젠지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의 케넨이 회심의 이니시에이팅(싸움 걸기)을 시도했지만 KT가 흘려내며 역으로 젠지 선수들을 모두 잡아냈다. 그대로 진격한 KT는 젠지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한편 젠지의 정규리그 전승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LCK 전승 우승 기록은 T1이 유일하게 보유하게 됐다. T1은 지난 2022 LCK 스프링 시즌에 정규리그는 물론 플레이오프까지 매치 패배 없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젠지를 꺾은 KT는 오는 14일 DRX와 17일 디플러스 기아와 대결을 펼친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를 이어가야 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