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밸류업 1호 에프앤가이드…"3년 내 주가 2배로" [신민경의 테마록]

입력 2024-08-11 15:20
수정 2024-08-11 15:21
"에프앤가이드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으로 '주가 업(UP)'해야죠. 3년 안에 주가를 두 배로 만들겠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첫 주자가 갖는 부담감은 적지 않다. 지켜보는 눈이 많은 정부 정책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기업들이 '눈치보기' 중인 가운데 시가총액 1000억원도 안 되는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5월 말 용기있게 밸류업 계획에 대한 예고 공시를 내놨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선 첫 번째, 유가증권시장을 포함해 키움증권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철순 에프앤가이드 대표(사진)는 지난달 3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상장 3년6개월이 지나도록 주가가 공모가 7000원을 맴돌고 있는 실정에 심각성을 느꼈다"면서 선제적인 밸류업 동참 배경을 밝혔다. 수년째 공모가 맴도는 주가에 '밸류업' 결심이 대표가 밸류업 정책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주주들 기대에 못 미치는 주가 수준 때문이다. 지난 9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주가는 8300원으로 2020년 12월 코스닥 상장 당시 공모가(7000원) 부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3월만 해도 5500원까지 밀려 공모가 아래서 맴돌았다.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2.21배, 1.6배다. 코스닥지수 평균 PER이 95.72배, PBR이 1.69배인 점을 감안하면 PER은 시장 평균보다 한참 낮게 형성돼 있다. 이 대표는 "PER·PBR 지표만 보더라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사사업을 펴고 있는 금융정보회사 대비 크게 미달한다"고 짚었다.

에프앤가이드는 자본시장의 메카인 여의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회사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쓴 기업·산업 리포트(보고서)들을 한 데 모으는 서비스를 제공해 여의도 직원들은 출근하자마자 에프앤가이드 홈페이지부터 찾는다. 이처럼 리포트와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국내 금융사들과 협력해 지수를 개발하는 사업도 운영한다. 회사는 금융정보 제공사업 등으로 올해 매출이 3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앞으로도 탄탄할 것인가'는 다른 얘기다. 주주들의 우려도 이 대목에 있다.

"주주들이 현 주력사업에 미래 성장성까지 담보됐는지 확신을 못 갖더라고요. 일리 있는 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글로벌 기업 대비 배당 등 주주환원이 미흡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여지도 많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밸류업' 추진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 봤습니다."



그는 특히 코스닥 상장사들이 밸류업 정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주가 수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기보다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성장 계획과 실천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밸류업의 본질은 기업이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가며 성장하고, 그 과실을 주주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주는 것입니다. 미래성장 산업의 중추인 코스닥사들도 말썽 많은 이미지를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해외로 짐 쌌던 투자자들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하려면 코스닥사부터 바뀌어야 합니다."밸류업, 긴 안목으로…"정부는 상벌 확실히" 정부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근시안적 접근'이 아쉽다고도 전했다. 1~2년 내 성과가 나는 업적 위주의 이벤트가 아닌 만큼 정부와 유관기관, 기업, 투자자 모두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는 다음달 중 기관·개인 투자자를 위한 '밸류업 정보 사이트'를 개설할 계획이다. 기존 한국거래소 밸류업 사이트가 상장사들이 챙겨보는 곳이라면, 회사는 일반 투자자들이 즐겨찾는 시장 친화적인 창구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정부는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적인 지점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특히 벤처와 스타트업 등 강소기업 육성에 힘써주길 바란다. 세금 감면과 금융지원도 중요하지만 좋은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환원의 여력이 있는 기업들에 한해선 성과에 대한 상벌을 확실히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