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치료 받으려다"…경찰 총격에 20대 한인여성 사망

입력 2024-08-09 06:55
수정 2024-08-09 07:08

조울증을 앓던 20대 한인 여성이 출동한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한인회와 피해자 측 변호사, 뉴저지주 검찰 발표 등을 종합하면 뉴저지주 포트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26)씨가 지난달 28일 새벽 1시 25분께 자택으로 출동한 현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씨는 사건 당일 조울증 증세가 심해졌고, 가족들은 평소에 진료받던 병원에 가기 위해 911로 구급차를 요청했다. 이씨 가족은 구급차만 요청했지만 911 대응요원은 관련 규정상 경찰이 동행해야 한다고 가족에게 알렸다.

이씨 가족은 그에게 경찰 출동 정보를 공유했고, 이씨는 경찰이 온다는 말에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택배 상자를 열 때 사용하는 소형 접이식 주머니칼을 손에 쥐었다. 이씨 가족은 경찰이 상황을 오해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이를 추가로 911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가족은 구급대원 없이 경찰이 먼저 출동했고, 상황 악화를 우려해 경찰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이씨가 진정되길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현관을 부수고 집에 진입했고, 당시 19ℓ짜리 대형 생수통을 들고 현관 근처에 서 있던 이씨를 향해 총격을 1회 가했다. 총알은 이씨 흉부를 관통했고, 이씨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새벽 1시 58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뉴저지 검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칼을 수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씨 유가족은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올 당시 주머니칼은 이씨 손이 아닌 바닥에 놓여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씨가 문을 부수는 소리에 두려움을 느껴 물통을 들고 있었을 뿐인데 경찰이 진입 후 이씨를 보자마자 총격을 가했다는 입장이다. 흉기 소지나 위협 행위가 없었음에도 과잉 대응을 했다는 주장이다.

뉴저지주 검찰은 사건 발생 1주일 후 총격을 가한 경찰관 이름이 토니 피켄슨 주니어라고 공개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경찰이 적법하게 대응했는지에 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자세한 사건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씨는 정신건강 문제로 2021년 학업을 포기하긴 했지만 여행, 음악연주, 반려견과 시간 보내기 등으로 컨디션을 관리했고, 건강 상황이 나아지면서 뉴욕 맨해튼의 음악 스튜디오에서 일하기도 했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뉴저지한인회와 이씨 유가족 변호사는 7일 한인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보디캠 영상 공개와 함께 투명한 진상조사를 주 당국에 촉구했다. 한인회는 "병원 이송을 위해 구급차를 요청한 가족의 요청에 경찰이 무력을 먼저 사용한 이번 사건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비극"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경찰의 총격에 한인이 사망한 건 지난 5월 로스엔젤레스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 내 한인 사회에 더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정신질환 치료를 요청한 한인 양모씨에게 경찰은 총을 발사했다. LA 경찰국(LAPD)이 공개한 해당 경찰관들의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양씨의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나서 양씨를 맞닥뜨린 지 약 8초 만에 "그것을 내려놓아라"(Drop it)고 외치며 현관문 앞에서 총격을 3차례 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