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탁구팀이 2024 파리 올림픽 준결승에서 만난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유빈, 이은혜(이상 대한항공), 전지희(미래에셋증권)로 구성된 한국 여자 탁구팀은 8일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탁구 여자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최강' 중국에 매치 점수 0-3으로 졌다.
한국은 의욕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단식 세계랭킹 1∼3위(쑨잉사 1위·천멍 2위·왕만위 3위)를 점령하고 있는 중국엔 역부족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복식조이자 여자 복식 세계랭킹 2위 신유빈-전지희 조가 1복식 경기에 나섰고, 중국에선 세계랭킹 1위 천멍-왕만위 조가 나왔다.
첫 두 게임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하던 신유빈-전지희 조는 3게임에서 노련하게 경기를 펼치며 승리를 가져왔다. 4게임에서는 6점 차로 밀리다가 9-9를 만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으나 이후 신유빈과 전지희의 샷이 차례로 테이블을 벗어나면서 결국 1-3(4-11 5-11 11-9 9-11)으로 패했다.
이후 2단식의 이은혜(44위)는 쑨잉사에게 힘 한번 못 써보고 0-3(5-11 1-11 3-11)으로 졌고, 3단식의 전지희(15위)까지 왕만위에게 0-3(3-11 7-11 3-11)으로 패했다.
한국은 이어 열린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매치 점수 1-3으로 진 독일과 10일 오후 5시 동메달을 두고 겨룬다. 여기서 승리하면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에서 메달을 얻게 된다.
한국은 3년 전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 8강에서 독일에 매치 점수 2-3으로 석패했다. 당시 경기를 뛴 신유빈, 전지희가 이번에도 대결에 나섰고, 한층 성숙해진 경기력을 인정받는 만큼 복수전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독일을 잡으면 신유빈은 이번 대회 혼합복식 동메달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이번이 3번째 올림픽 무대인 전지희는 첫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다.
한국 탁구는 중국을 상대로 고전을 겪어 왔다. 이번 준결승 패배로 올림픽 전 종목에 걸쳐 중국에 14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7일 진행된 남자 대표팀도 단체전 8강전에서 중국을 만나 벽을 넘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유승민(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왕하오(중국 남자 대표팀 감독)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낸 게 올림픽 탁구에서 한국이 중국에 승리한 마지막 기록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