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침체 논란이 커진 가운데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지만, 가계 신용부채는 증가하는 등 경제 지표가 잇따라 엇갈리고 있다. 당분간 큰 폭의 증시 변동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며, 채권 금리 변동 폭도 이달 들어 확대되고 있다. ○줄어든 신규 실업수당 청구
8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 28일~8월 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7000건 줄어든 23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예상치(24만1000건)를 밑도는 양호한 수준이다. 전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불러일으켰던 우려를 다소 불식시켰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실업률은 전망치(4.1%)보다 높은 4.3%로 상승하는 등 악화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2주 이상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7만5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6000건 늘었다.
전날엔 애틀랜타연방은행이 국내총생산(GDP) 추적 모델 ‘GDP 나우’를 통해 미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을 연율 환산 기준 전 분기 대비 2.5%에서 2.9%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GDP 증가율 예측치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3분기 GDP 증가율이 상향 조정된 것은 개인소비지출(PCE)과 재고의 기여도가 올라간 영향이 크다. PCE는 1.78%포인트에서 1.96%포인트로, 재고는 -0.06%포인트에서 0.17%포인트로 높아졌다. 소비가 많아진 것은 반길 일이지만 재고 증가는 향후 경제활동 둔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이다. ○급증한 카드 대출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기 지표도 역시 엇갈렸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48.8)보다 2.6포인트 오른 51.4를 기록하며 확장세를 나타냈다. 시장 예상치(51.4)에 부합하며 한 달 만에 경기 확장·위축을 가르는 기준선(50)을 넘어섰다. 1일 나온 7월 미국 제조업 PMI가 46.6으로 하락하며 위축세를 보인 것과 상반된 조사 결과다. 해운사 머스크의 빈센트 클레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고(배송 또는 처리 전에 보관 중인 상품)가 연초보다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비와 가계신용 부문에선 미세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한 지출에 압박받고 있어서다. 뉴욕연은이 최근 발표한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2분기 1조14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270억달러(5.8%) 증가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작년 2분기 7.2%에서 올해 2분기 9.1%로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18∼29세 젊은 층의 카드 장기 연체율이 10.5%로 가장 높았고 30∼39세가 9.7%로 뒤를 이었다.
이날 고용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안심 신호가 나온 직후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증시 개장 전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1% 내외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현일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