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1%포인트 낮은 2.5%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내수 회복을 위해선 오는 2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KDI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매년 네 차례(2·5·8·11월)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5월 전망에선 성장률을 당초 2.2%에서 2.6%로 상향했는데,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0.1%포인트 내렸다. 이는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와 같지만,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제시한 2.6%보다는 낮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1.5%로 제시해 기존 전망치(1.8%)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기존 전망치(2.2%)를 훨씬 밑도는 0.4%로 예상했다. 반면 총수출(물량) 증가율은 당초 전망보다 1.4%포인트 높은 7.0%로 대폭 상향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4%)는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취업자 증가폭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기존 2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2.8%를 유지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5월 전망 때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그 시점은 이미 지났다”며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리 인하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연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정 실장은 “대내적으로 물가 상승세 둔화에도 고금리 기조가 길어진다면 내수 회복이 한층 더뎌질 수 있다”며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그때도 충분히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KDI의 이런 견해는 정부 측 경기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제2차 시도경제협의회에서 “제조업·수출 호조세가 견조한 가운데 내수 회복 조짐이 관측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문별 온도 차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향후 위험 요인으로는 대외 여건을 꼽았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건설업체들의 부실이 실물경제로 확산하면서 중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KDI는 이런 경착륙 시나리오보다는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점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 실장은 “아직 미국 경제의 급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가 주식시장 이외에는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