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노인복지주택 더 많이 지어야 할까요?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4-08-13 08:00
수정 2024-08-13 16:09

최근 아파트를 제외한 비아파트 사업들, 즉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빌라, 생활형숙박시설 등은 거의 초토화됐습니다. 투자상품으로 간주되던 지식산업센터도 난리가 났고요, 이와 함께 고령화 급증이 이어진 만큼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노인복지주택'이 한층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서울이나 경기도권에 있는 고급 실버타운에 들어가고 싶어 난리가 났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고급형 노인복지주택인 실버타운은 법적으로 인구소멸지역에만 분양을 할 수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의하면 전국에 실버복지주택이 고작 40개였습니다. 대부분 서울, 경기권에 있고, 부산에는 딱 1개만 있다고 합니다.

고령화 문제를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유료노인홈이 2022년 기준 1만5928개나 됩니다. 우리보다 400배가 많다는 셈인데요. 그런데 일본의 유료노인홈 보증금과 생활비가 어느 정도인지 아시나요?

국내 실버타운이 6성급 호텔이면 일본 유료노인홈은 3성급 호텔이나 모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가 전부 수십억원대 고급 아파트이지만, 일본은 동경에 롯폰기힐스 임대아파트, 아자부다이힐스 고급 실버타운 등에 불과해 별로 없습니다. 주거에 꼭 필요한 만큼만 투자하는 일본인들이기에 공유주거도 한국의 공유주거의 반값 정도밖에 안됩니다. 국내에서 진행된 공유주거는 일반 원룸보다도 비싼 최고급형 공유주거가 많아 정작 저렴한 공유주거가 필요한 청년층보다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단순한 비교로 자꾸 잘못된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 고급형 실버타운에 들어가시면 정말 모두 다 행복할까요?

살아보신 분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매일 같이 삼시세끼 먹던 노인이 안 보이면 퇴실했거나 요양병원으로 옮겼거나 돌아가신 거라고 합니다. 결국 그런 노인들만 모여있으니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다"는 토로가 나오는 셈입니다. 그리고 엄청난 비용을 내는데, 누구는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해 알뜰하게 다 사용하지만 조금이라도 거동이 불편하면 남들 잘 지내는 모습만 보고 있어 내 돈이 너무 아깝다고 하시네요.

삼시세끼 노인을 위한 영양식이 좋지 않냐고요? 얼마전 접한 일본 사례에서는 70대 남성 노인분이 실버타운에 들어가니까 매일 영양식이라고 채소와 과일만 제공해 본인은 방에서 삼겹살을 사다 따로 먹었다고 합니다. '실버타운은 지옥이다'는 방식의 묘사가 나왔죠. 그리고 노년층이라도 남성과 여성의 선호 성향이 완전히 다르죠? 모여서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기도 하고요.

식사 때 모이면 자식 자랑 하느라고 바빠 고위공직자 자녀가 없으신 분들은 아무리 부자라도 화병 나서 일찍 돌아가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실버타운에 보내드리기 전에 반드시 MBTI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 얘기도 나오고요.

실제 국내 최대 규모 실버타운을 준비하고 있는 업계 고위 관계자들과 얘기해 보면 분양사업이 아니라 입주하고 운영해 봐야 하는데, 남는 것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미 인건비가 폭등하고, 기후변화로 채소, 과일 가격 등이 폭등하니까 기존 관리비 가지고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고요,

최근 실버타운 관련 강연을 할 때 많은 분이 옵니다. 일본, 미국, 유럽과 비교해 설명하면 한국은 그냥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실버타운 기능을 하는 삼시세끼 제공, 의료서비스, 웰니스 프로그램 정도만 추가해도 충분히 자기 집에서 평생을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해 드리면 대부분 긍정하시네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도 '내가 건강하면 그냥 죽을 때까지 집에서 살다 죽고 싶다'는 비율이 83.5%나 됩니다. 혼자 못 움직이거나 병이 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할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것일 뿐 내가 움직일 수 있다면 내 집이 가장 좋다는 것이죠.

결국 실버타운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는 시행사나 건설사, 병원 등도 분양사업이 아니고 제대로 된 운영업체를 만들지 못한다면 바로 외면받고, 수요도 급감할 것입니다. 반면 기존 구축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재건축, 신축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실버타운급 서비스를 포함하도록 용적률 완화나 기부채납 비율을 줄여준다면 오히려 더 행복한 도시가 되겠죠.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