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 3사의 가입자 수가 ‘4500만 명’을 넘었다. 2017년 케이뱅크가 1호 은행으로 문을 연 지 7년 만이다. 플랫폼을 무기로 2030세대 가입자와 함께 성장했던 이들은 낮은 금리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앞세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으로 전 연령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성한 대환대출 플랫폼이 길을 열었고 고금리에 시름하던 차주들이 시중은행에서 인터넷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몇몇 지방은행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보이며 나홀로 독주 체제를 갖췄고 케이뱅크는 견조한 실적을 내세워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빠르게 흑자전환에 성공한 토스뱅크는 케이뱅크 턱밑까지 추격하며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보내자 은행들이 연이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낮은 금리를 무기로 고객 확보에 나셨던 인터넷은행의 영업에 제동이 결렸단 얘기다.
가계대출이 막히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법적으로 기업대출이 제한돼 있다. 대기업 대출은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는 자영업자 대출 정도만 할 수있다. 중소기업 대출도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성장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수익 내고도 주가로 골치 아픈 카뱅
‘70%’, 카카오뱅크의 주가하락률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한때 9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어느새 공모가(3만9000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2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주가 반등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낮아진 대출성장률. 증권가가 평가하는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강점은 대출성장률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신용대출을 빠르게 늘렸다. 상장 당시인 2021년 분기 대출성장률은 7~8%였다. 2023년엔 전년 대비 38%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해당 시장에서 대형 시중은행을 위협했고 이는 카카오뱅크의 IPO 대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대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2.9%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가치는 차별화된 대출성장률에서 나오는데 (대출성장률이) 하나은행, 신한은행보다 못 나왔다”며 “결국 가계대출 규제 리스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은 성장주로 미래 가치를 당겨오기 때문에 일반 은행보다 더 높은 성장과 수익성을 기대하지만 현재는 대출 증가 둔화로 인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오너 리스크도 부담이다. 지난 7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로 카카오 금융 계열사가 신사업 인허가를 받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인허가를 요하는 신사업에 진출할 때 금융당국이 가장 면밀하게 살피는 대목이 대주주 적격성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27.16%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인 17.17%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인이 바뀐다는 얘기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데이터 및 신용카드, CB사업 등이 대주주 리스크로 인가가 지연되고 있어 단기간 내 (주가가) 상승할 만한 원동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성장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우선 가입자가 많다. 카카오뱅크는 온 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수는 2403만 명. 한국 인구수가 5175만 명임을 고려하면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카오뱅크 계좌를 갖고 있는 셈이다. 애플리케이션(앱) 활성화 지표로 간주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해 상반기 기준 1780만 명, 한국 모든 은행 앱을 통틀어 1위다.
가입자의 증가세에 힘입어 여수신 성장률도 가파르다. 올해 수신 잔액은 50조원을 돌파했다. 지방은행과 비교하면 맏형인 부산은행(2024년 1분기 기준·약 68조원)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제주은행(약 6조원)보다는 8배 이상 큰 수준으로 성장했다. 여신 잔액은 올 들어 42조6000억원으로, 상장했던 2021년(25조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엇보다 실적의 내용이 좋다. 연체율은 줄고 이익은 성장했다. 올해 2분기 연체율은 0.48%로 1년 전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2.17%를 기록했는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1.59%)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31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몸값 7조 노리는 케뱅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은 케이뱅크에도 나쁜 소식이다. 최근 케이뱅크는 실적 개선에 힘입어 IPO 재도전에 나섰는데 케이뱅크 몸값 산정 시 카카오뱅크가 비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유일한 상장사기 때문이다.
상장 당시 비교그룹이 없던 카카오뱅크는 외국계 기업을 비교그룹으로 삼아 제법 괜찮은 몸값을 받았지만 상장 후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성적이 곧 케이뱅크의 미래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2022년에도 케이뱅크는 맥을 못추는 카카오뱅크 주가 때문에 상장을 포기했다.
케이뱅크는 약 7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5조원을 넘기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원하는 몸값을 받아내려면 카카오뱅크와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거나 몸값이 높게 형성된 해외 기업들을 비교그룹으로 적극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 상황이 좋진 않지만 케이뱅크의 IPO 의지는 강해 보인다. 케이뱅크는 상장 철회 후 지난 2년간 몸집을 키우며 수익성 확보에 집중했다. 올해 가입자 수 1000만 명을 넘겼고 순이익 506억원을 달성했다. 수신잔액(23조원)과 여신잔액(14조원)은 각각 64%, 40%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대차주가 1, 2등급으로 바뀌었고 대손비용률도 2~3%에서 1% 후반으로 떨어졌다”며 “작년 4분기 충당금을 많이 쌓으며 적자 폭을 키웠는데 올해 (IPO를 준비하기 위해) 신용등급 관리 차원에서 미리 쌓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21년 재무적 투자자(FI)와 맺은 계약 또한 케이뱅크가 IPO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시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BC카드는 이 투자자들에게 동반매각청구권 행사를 부여했다. 이 동반매각청구권은 케이뱅크가 2026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BC카드가 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가는 조건에서 발행됐다. 케이뱅크의 상장 여부에 따라 BC카드가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것. 다만 BC카드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케이뱅크는 8월 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케이뱅크가 2022년 상장을 추진했을 때도 잡음 없이 예심 승인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맹추격하는 토뱅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계속된 적자와 위기설에 휩싸였던 은행권 막내 토스뱅크. 하반기 반전을 만들어내며 고속성장 중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에서 순이익 86억원을 기록, 출범 2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엔 148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기록을 경신했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늦게 출범했지만 가입자 수는 물론 여신 규모는 업계 2위인 케이뱅크를 거의 따라잡았다. 올해 1분기 수신은 28조원으로 케이뱅크(23조원)를 훌쩍 앞섰다. 2022년 3500억원에 육박했던 케이뱅크와의 순이익 격차는 올해 1분기 35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토스뱅크의 올해 목표는 연간 흑자 달성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수장도 교체했다. DGB대구은행(현 iM뱅크) 최초의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이은미 대표다. 업계에선 이 대표의 선임으로 토스뱅크가 재무안정과 리스크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흑자의 이유가 은행업의 본질인 이자 이익 덕분인지는 의문이다. 대출채권매각 이익 등 영업외이익 같다”며 “토스뱅크 모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표면적인 숫자를 흑자로 보이려는 것 같기도 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