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자 사다리’를 구축해 외국 인재의 국내 장기 체류를 적극 유도하는 데 나선 것은 외국인 인력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3657만 명으로 줄어든 가운데 20년 뒤에는 1000만 명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인재가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뿌리내릴 수 있도록 비자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체류 외국인을 입국 유형과 체류 단계별로 세분화해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자 사다리’ 타고 코리안 드림 실현
7일 법무부가 발표한 외국인 정책의 골자는 단기 체류 외국인의 장기 체류를 끌어내기 위해 비자 종류 사이사이에 사다리를 놓겠다는 것이다. 가령 유학생(D-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구직(D-10) 비자, 숙련인력(E-7) 비자, 지역 거주(F-2-R) 비자를 차례로 취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한국에 들어온 유학생 중 취업과 직결되는 공학을 전공하는 비율은 11.4%에 그친다. 앞으로는 유학생 초청 시 지역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력을 우대 선발한다. 취업 연계도가 높은 이공계열 유학생 선발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입국 후에는 지역 기업에서의 단기(3~6개월) 현장 실습을 지원한다. 대학에선 계약학과 등 산학 협력 중심의 취업 밀착형 교육 비중을 높인다.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숙련기능인력(E-7-4) 비자→거주(F-2) 비자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통해 정착을 돕는다. E-7-4 비자 쿼터는 지난해 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일곱 배 확대됐지만, 전환은 올해 1~6월 기준 6000명에 그쳤다. 정부는 지방 근무자의 E-7-4 비자 전환 요건을 낮추고, F-2 비자 전환 시 소득 요건도 현실화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전 산업체에 소속된 외국인 근로자 13만4000명이 215시간의 한국어 기초 과정을 수강하게 된다.
창업준비(D-10-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을 위해서는 창업이민(D-8-4) 비자→기술창업투자 영주(F-5-24) 비자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놓는다. 창업교육 인프라를 비수도권까지 확대해 최근 5년 새 연평균 29.7%의 증가율을 보여온 D-10-2 비자 발급 인원을 확 늘린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 인재를 두 배 이상 늘리는 게 목표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90일 이상 장기 체류 외국인 비율이 평균 10.6%인데, 한국은 3.5%로 턱없이 낮다”며 “외국인 인재가 국내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외국인전용 기숙사까지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찌감치 외국인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인력난이 심각한 농촌 지역은 주거 지원 위주의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성불산휴양림 등을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제공한 충북 괴산군은 지난 6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외국인 근로자 전용 기숙사를 준공했다. 충북 제천시도 지난달 30일 외국인 계절근로자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착공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2022년 신설된 지역특화형 비자가 인구 감소 지역 위주로 발급되고 있어 인력 부족을 겪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있다.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외국인(올해 6월 기준 44만478명)이 체류하고 있지만, 지역특화 비자가 발급되는 지역은 인구 감소 지역에 해당하는 두 곳(가평군, 연천군)에 불과하다. 외국인 공장 인력이 많은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안산시는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무부에 지역특화 비자 적용 지역 확대를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오유림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