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채 발행 시장이 불붙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전에 조금이라도 고수익을 챙기려는 투자 수요와 오는 11월 대선 불확실성을 피해 미리 여유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올 들어 발행된 우량 회사채만 1조달러를 돌파하는 등 4년 만에 발행 시장이 활황장을 펼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발행된 미국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달러를 넘었다. 지난달에만 총 1189억달러어치 회사채가 발행됐는데, 월간 단위 기준으로 7년 만의 최대치였다.
올해보다 더 이른 시기에 회사채 발행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한 건 2020년 5월이 유일했다. 당시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저앉은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Fed가 기준금리를 긴급하게 연 0%대로 낮춘 직후였다. 지난 5일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세계 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 이후에도 상당수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회사채 발행 속도가 빨라지고 규모가 커진 건 무엇보다 풍부한 투자 수요 덕분이다. 올 하반기 Fed의 금리 인하폭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는 수익률이 높을 때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 재무 담당자들 역시 11월 대선을 전후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미리 현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투자 수요가 충분하다 보니 웬만한 신용도만 갖춘 기업이면 회사채 발행에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싸게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기업으로선 조달 시간과 비용을 함께 단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날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올 2월 이후 최저 수준인 연 3%대 후반에서, 5년 만기는 연 3%대 중후반에서 움직였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연 4%대 중후반 수준이었다.
바클레이스는 “미국 국채 금리가 심리적 주요 저항선인 연 4%(10년 만기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서 변동성과 무관하게 기업 재무 담당자들이 자금 조달을 원하고 있다”며 “조달 비용 측면에서도 2022년 초 이후 가장 매력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