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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미국에서 일부 경제 지표들이 예상을 밑돌자 '불황'이 주요 투자 키워드로 부상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자 글로벌 대표 전력 설비 기업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 산업은 경기 사이클 부침과 큰 연관이 없다. 북미 지역의 전력망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글로벌 주요 전력 기업들의 분기 실적들은 긍정적인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에 특화된 배전설비 기업 버티브 홀딩스의 경영진은 신규 수주물량이 급증하자 수주 잔고가 내년까지 쌓였다고 언급했다. 이미 충분히 쌓아 놓은 수주잔고가 지속해서 불어나고 있단 의미다. 올해 실적 추정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전력 설비 시장이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로 전력 설비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북미지역의 '전력 투자의 붐'은 경기 사이클과 큰 관련이 없다. 제조업 경기나 고용동향이 전력 수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힘들다.
오히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공격적인 투자 촉진 정책과 핵심 제조업 생산시설들의 리쇼어링(기업의 국내 회귀)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장기간 방치됐던 북미지역의 전력망에 대한 시설 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력 설비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전력 산업에 대해선 긍정적인 투자 의견을 유지한다.
대내외 악재로 시장이 흔들릴 땐 기업들이 제시하는 실적 가이던스와 전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진이 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주주들을 상대로 내놓는 전망은 시장의 기술적 지표보다 훨씬 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