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코인 제때 못 팔아 '1.4억→0원'…법원 "거래소 책임"

입력 2024-08-07 09:22
수정 2024-08-07 09:55

2022년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 거래소 내부 사정으로 암호화폐를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거래소 운영사를 상대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투자자가 여러 차례 출금 요청을 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거래소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개인투자자 A씨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두나무는 A씨에게 1억4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최근 판결했다.

2022년 3월 24일 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 베트남에 거주하던 A씨는 업비트 전자지갑에 보유하고 있던 루나 코인 1310개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보냈다. 바이낸스에서 매각해 그 대금을 베트남 화폐로 받기 위함이었다.

통상 암호화폐를 송금하려면 1차 주소와 2차 주소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A씨는 2차 주소를 입력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바이낸스는 A씨의 코인을 이튿날 반환했는데, 이 코인은 A씨가 아닌 업비트의 전자지갑으로 잘못 입금된 게 문제가 됐다.

A씨는 업비트에 오입금을 복구해 달라고 요청했고, 업비트는 요청 당일부터 시행된 자금세탁 방지 규칙 준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해 주겠다고 했다. A씨는 한 달동안 10여차례 복구를 요청했지만 업비트는 '절차를 마련해 복구해 주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윽고 그해 5월 10일 테라·루나 폭락사태가 터졌고, 송금 시도 시점에 1억4700여만원이었던 A씨의 루나 코인 가치는 상장폐지 직전인 5월 18일 99.9%가 하락했다. 사실상 '0원'이 된셈이다.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두나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나무는 반환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했고 복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비용과 노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폭락으로 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으로, 이는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전에도 2차 주소 오류로 암호화폐가 반환되는 오입금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피고는 복구를 위해 미리 직원을 배치하거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