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가 2년 새 10분의 1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플랫폼 혁신이 멈춰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6일 벤처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를 통해 최근 6개월간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시리즈A 투자를 전수 분석한 결과 e커머스 분야 전체 투자액은 389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투자액(536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도 14건에서 8건으로 쪼그라들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낙폭은 더 크다. 2022년 2월 7일부터 8월 6일까지 e커머스 시리즈A 투자액은 3462억원이었다. 최근 6개월 투자액의 10배 수준이다. 이때는 투자 건수도 33건에 달했다.
‘벤처투자의 꽃’으로 불리는 시리즈A 투자는 사업화 과정의 스타트업이 20억~50억원가량의 자금을 유치하는 단계다. 벤처투자업계가 해당 업종의 성장 잠재력을 얼마나 높게 보는지를 가늠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e커머스 투자가 급감한 것은 이 시장의 전망을 좋게 보는 벤처캐피털(VC)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최근 티메프 사태 등 관련 업종에 악재가 발생하면서 e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해졌다.
최근 6개월간 인공지능(AI) 분야 시리즈A 투자는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687억원)의 약 두 배로 늘었다. 딥테크 영역으로 꼽히는 로봇 투자도 같은 기간 116억원에서 198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플랫폼에만 몰리던 돈이 AI와 딥테크 쪽으로 옮겨간 것”이라며 “지금 e커머스 초기 투자는 멸종 수준”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e커머스 시장이 레드오션이 됐다고 설명했다. 쿠팡, G마켓 등 종합 커머스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컬리, 에이블리 등 버티컬 스타트업도 적지 않아 신규 스타트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e커머스의 공습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한 VC 심사역은 “드론으로 배송하는 수준의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나오지 않는 이상 e커머스 신규 진입은 어렵다고 보면 된다”며 “티메프 사태가 마지막 희망의 문까지 닫아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