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펀드를 통해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성실히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고, 근거는 형식적으로 기재하거나 아예 공개하지 않는 식이다.
6일 금융감독원은 올 1분기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내역을 거래소에 공시한 자산운용사 274곳에 대해 펀드 의결권 행사·공시 내역을 점검하고 이같이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지난해 말 기준 의결권 공시대상 법인 9349개사곳 중 약 59%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했다. 공시대상이 아닌 법인에 대한 의결권 행사 비율은 27%에 그쳤다.
운용사 의결권 행사의 93% 이상은 찬성 의견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엔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 정관 변경안에 대해 찬성하거나 내부 지침에 반하는 임원 선임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사례도 있었다.
점검 대상 운용사 274곳 중 96.7% 수준인 265곳은 안건별 의결권 행사·불행사 사유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주주총회 영향 미미(31.8%), 주주권 침해 없음(25.9%), 특이사항 없음(10.9%) 등 형식적인 서술이 주를 이뤘다. '자사 세부지침에 근거함'이라고 기재했지만 세부지침은 공시하지 않은 곳도 121곳에 달했다.
거래소 공시 서식 작성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전체 89.8%인 246개사가 의안명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233곳(85%)은 의안 유형을 기재하지 않았다. 대상 법인과의 관계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는 198개사(72.3%)였다.
금감원은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 판단을 위해 1582개 안건을 점검한 결과 334건(21.7%)만이 의결권을 적절히 행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도 밝혔다. 71%(1124건)는 행사 사유에 대한 공시가 성실이 이뤄지지 않아 적정성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안건 중 7.3%(114건)는 펀드가 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내부지침과 다르게 행사했다.
운용사는 펀드별 자산총액의 5% 혹은 주식 100억원어치 이상을 보유한 주권 상장법인에 대해 의결권을 충실하게 행사하고 내용을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펀드(공모·사모, 기관전용 사모펀드 제외)는 국내 상장주 76조4000억원, 비상장주 8조2000억원, 해외주식 47조7000억원어치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12조9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12조3000억원), KB자산운용(6조6000억원) 등 상위 3개사의 운용 펀드가 국내 상장주 보유액의 41.6%를 차지했다.
금감원은 "운용사는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충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고 공시하도록 자본시장법이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현황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점검 결과 드러난 미흡 사항을 각 운용사에 전달해 개선을 유도하고, CEO 간담회 등을 통해 자산운용업계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실천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