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시를 뒤흔들 수 있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엔화를 저금리에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일본계 자금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16조2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5조890억원)보다 8.0% 증가했다.
일본계 자금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2022년 말 12조3910억원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말 15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6월에도 국내 증시에서 191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0.1%이던 정책금리를 연 0.25%로 올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일본의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연 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다. 추락한 엔화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일본에 있어 엔화 가치 추락은 ‘양날의 검’이었다. 수출 대기업에는 호재였지만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며 소비자와 내수 기반 중소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날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엔화 가치가 급등할 경우 엔 캐리 자금의 환차손이 커지는 만큼 해외자산을 투매하는 조짐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국 주식도 정리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계 자금의 한국 증시 이탈이 다른 외국인의 이탈과 맞물릴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