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지 총알 준비해 두세요"…'최우수 PB'의 긴급 주문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입력 2024-08-06 09:55
수정 2024-08-06 10:00

※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는 이시은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매주 수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재테크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9월까진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확보한 현금으로 4분기부터 ‘숨겨진 실적주’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은제 한국투자증권 수지PB센터 팀장(사진)은 지난 1일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의료 인공지능(AI) 관련주와 디스플레이 소재 상장사 실적을 기대 중”이라며 “이들 업종의 알짜 종목은 4분기부터 내년까지 계단식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올해로 16년차 경력의 주식 전문 프라이빗뱅커(PB)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에서 랩 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를 운용하는 PB 중 실적이 가장 좋은 ‘최우수 운용역’ 5인 중 하나다. 삼성디스플레이 관련株 '이익 점프' 기대
그는 다음 달까지 포트폴리오의 30%를 현금화할 계획이다. 금리 인하 관련 시장 반응과 지수 향방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반기 시장을 달군 SK하이닉스와 조선, 화장품 등 현재 시장 주도주는 차익 실현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SK하이닉스를 주가 전망을 두고 시장 의견 대립이 너무 심하고, 산하 밸류체인(가치사슬) 상장사들 주가는 상승폭이 너무 컸다”며 “조선, 화장품 대표주도 올해 실적 대비 상승 가능한 주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제우스, 이오테크닉스 같은 삼성전자 가치사슬 관련주는 주가가 눌려 있던 만큼 피난처로 떠오를 수 있지만, 아직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련할 현금이 다시 쓰일 시기는 4분기 전후다. 한숨을 돌리고 재투자를 검토할 영역은 의료AI다. 그는 “상반기가 AI 하드웨어(HW)의 시대였다면, 이제 흐름은 AI 소프트웨어(SW)로 옮겨갈 것”이라며 “내년까지를 염두하고 롱(매수) 포지션을 잡으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국내서 의료AI 상장사는 소수로, 루닛 뷰노 정도가 대표사로 꼽힌다. 이들 주가는 지난해 9월 정점을 찍고 적자와 함께 56~72%씩 내린 상태다. 최근 루닛이 해외 빅파마 고객 수를 늘려 3분기 적자 폭을 줄이고, 국내 대학병원 영업을 늘린 뷰노가 4분기 손익분기점(BEP) 달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팀장은 “하반기 중 회사 측 가이던스에 근접했다는 지표가 나타나면 그때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소재도 주시하는 업종이다. 현금 비중을 늘릴 9월 이전에 매수해도 매력적일 정도라 평가했다. 전망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두 회사를 척도로 삼되, 투자는 가치사슬에 얽힌 중소형주를 주목하는 것이 이 팀장의 접근법이다. 그는 이 중에서도 재무적으로 우위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관련사 동향을 눈여겨본다. 이 팀장은 “최근 애플 아이패드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커지며 대형사들의 조단위 설비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일회성 수익으로 그칠 장비 공급사보다, 꾸준히 이익을 나눠가질 소재 부품 기업 실적이 3분기부터 오는 2026년까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꼽는 대표적인 삼성디스플레이 관련 상장사는 식각 업체 켐트로닉스와 OLED 발광층 소재를 만드는 덕산네오룩스다. 주가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잠시 올랐다가 최근 한 달 각각 ?23.16%, ?21.63%로 조정세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7%, 52% 상승이 유력하다. "5개 종목만 집중 예측, '차트 플레이'는 자제" 그는 ‘압축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팀장은 “많을 때는 10종목, 적으면 5개 종목을 투자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라도 포트폴리오는 최대 20종목을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주식은 결국 실적이 오를 종목을 먼저 골라내는 싸움인데, 종목 수가 너무 많으면 연구할 시간이 분산돼 손해를 본다”는 논리다. “‘모멘텀 플레이(차트 등락을 보고 투자하는 방식)’는 무당이 작두를 타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틀려도 좋으니, 수급 동향보단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업황을 수치로 예측하는 훈련을 하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종목 지표 판단이 어렵다면 차라리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포트폴리오의 투자 비중을 철저하게 지킬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1개 종목이 최대 30%를 넘지 않는 것이 그의 대원칙이다. 만약 5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1개 종목을 30%, 2개 종목을 20%, 2개 종목을 5%로 놓는 식이다.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물이다. 이때 특정 종목 주가가 올라 정해진 비중을 넘어서면 조금씩 팔아 원래 수치를 맞춘다. 통상 5%포인트 비중으로 익절을 검토한다. 이는 손해가 나도 마찬가지다. 이 팀장은 “원래의 투자 이유가 끝났다 싶을 때만 종목을 갈아 끼운다”며 “-5%가 빠지면 좋은 주식을 싸게 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다시 매수해 비중을 다시 맞춘다”고 설명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