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멜트 다운'…나스닥·S&P·다우 일제히 급락

입력 2024-08-06 08:04
수정 2024-08-0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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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아시아 시장의 투매 여파로 개장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고 오전 한때 낙폭이 5~7%에 달했으나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낙폭이 축소됐다.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전월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발표도 투자자들의 심리에 안도감을 줬다. 핌코의 다니엘 이바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ISM이 일깨워줬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악재가 터져도 "그래서 미 중앙은행(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축포를 터트리던 것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그니피센트7 주가 일제히 급락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0.23포인트(-3.00%) 내린 5,186.33에, 다우지수는 1,033.99포인트(-2.60%) 내린 38,703.27에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6.08포인트(-3.43%) 내린 16,200.0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발표된 7월 고용지표 여파로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빅테크(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6.4% 급락했다. 고객사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업체에 뒤늦게 발견된 결함 때문에 신제품 블랙웰 B200의 생산이 지연될 전망이란 소식도 나왔다. 애플도 워런 버핏이 보유지분의 절반가량을 팔았다는 소식에 4.8% 하락했다. 알파벳 주가는 이날 미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낙폭이 커졌다. 시총 2위 MS(-3.27%)와 아마존(-4.10%), 메타(-2.54%), 테슬라(-4.23%) 등 7개 주요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로 구성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주가는 이날 일제히 내렸다.

이날 유럽 증시 역시 2% 안팎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은 2.22% 하락한 486.79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닥스는 1.95% 밀린 17,317.58, 프랑스 CAC40은 1.61% 빠진 7,134.78로 마감했다. 영국 FTSE 지수도 8,008.23로 2.04% 하락했다. 유럽 시총 1위 기업인 노보노디스크는 이날 1.17%, LVMH는 프랑스 증시에서 0.98% 각각 하락했다. 1-2-3 펀치 맞고 갑자기 정신 차린 투자자들증시 급락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지목된다. 지난주 미 노동부는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천명 늘고, 실업률이 4.3%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돈 고용 증가세와 예상 밖 실업률 상승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됐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2.4% 급락,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 충격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 역시 이날 전 거래일 대비 8.77% 급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로 돈을 빌려 외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증시 폭락을 가속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에 나쁜 뉴스를 호재로 해석하던 분위기도 사라졌다. Fed가 오는 9월 금리를 내리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금리인하가 기정사실이 되자 더이상 '기대감 랠리'를 이어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저조한 7월 고용지표 △빅테크의 AI기반 2분기 실적 부진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1-2-3펀치'로 비유하며 "투자자들이 1-2-3펀치를 맞자 엔비디아 주가를 2년 만에 1100% 상승시키고, 정크 본드에 거액을 쌓거나 일본에서 돈을 빌려 돈을 빌려 멕시코에 투자하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