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온 오픈마켓 기업이 백척간두의 위기를 맞았다. 거래액만 키우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높은 가치에 기업을 매각할 수 있었던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에도 수익을 등한시한 ‘거래액 지상주의’가 지속된다면 국내 오픈마켓 기업은 향후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의 근저에는 그동안 누적돼온 ‘거래액 지상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손실이 나더라도 거래액만 키울 수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가 경영진을 비롯해 조직 전체에 만연했다고 티몬과 위메프 임직원은 증언한다. 티몬의 한 상품기획자(MD)는 “영업이익 등 수익성 지표는 티몬, 위메프의 경영 목표에 아예 없었다”며 “거래액을 늘리는 데 몰두했다”고 말했다. 큐익스프레스 등 관계사의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에 거래액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한 영향이었다.
티메프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자 G마켓, 11번가 등 다른 오픈마켓엔 비상이 걸렸다. 쿠폰 발행을 통한 출혈 경쟁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쿠폰 발행을 줄이자 오픈마켓 이용자가 감소하는 건 딜레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작년 7월 월간활성이용자(MAU)가 900만 명을 넘겼던 11번가는 지난달 733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G마켓도 같은 기간 636만 명에서 520만 명으로 줄었다. 이에 비해 상품을 직접 구매해서 판매하는 쿠팡은 이용자가 2907만 명에서 3166만 명으로 늘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할인 쿠폰 발행을 최근 줄이자 거래액이 20%가량 감소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외형보다 수익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