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 5일 오후 3시 38분
주가 하락으로 ‘공모주 불패 신화’가 깨지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대상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직상장과 달리 수요예측 과정이 없어 흥행 실패 부담이 적은 데다 절차가 간소한 점이 부각됐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스팩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고 법무법인까지 스팩 발기인(주주)으로 참여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5개 기업이 스팩 합병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이미 10개 기업이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을 마쳤다. 심사 승인을 받고 공모절차에 들어간 차이커뮤니케이션 아이비젼웍스 유디엠텍 알에프시스템즈 등을 합치면 올해 최대 25개 기업이 스팩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진출한다. 작년에는 18개 기업이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스팩은 증권사에서 미리 상장시킨 ‘껍데기 회사’와 기업을 합병해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방식이다. 직상장과 달리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과정이 없어 흥행 실패 부담이 적은 편이다. 심사 청구일부터 승인까지 평균 4개월이 걸려 직상장(6~7개월)보다 빠르게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본격적으로 스팩 시장에 뛰어들었다. KB증권이 지난달 바이오 기업 미라셀과 초음파센서 제조기업 센서텍의 합병신청서를 각각 제출했고,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6월 안전용품업체 블랙야크아이앤씨의 합병신청서를 코스닥시장에 냈다.
스팩 발기인의 폭도 넓어지는 추세다. 법무법인 올흔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키움제9호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다만 스팩이 우후죽순으로 상장되면서 증권사 간 경쟁이 심해질 전망이다. 증시에는 80여 개의 스팩이 상장돼 합병 기업을 찾고 있다. 스팩은 2년6개월 이내에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와 발기인은 상장 실패에 따른 영업손실을 볼 수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