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거짓 정보’가 부른 폭력 시위로 1주일 넘게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당 정부와 키어 스타머 총리도 예상외의 사건으로 출범 한 달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사우스포트의 한 어린이 댄스교습소에서 벌어진 참사가 영국 전역에서 폭력과 방화를 동반한 시위로까지 번진 건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슬림 망명 신청자가 범인”이라는 거짓 정보가 빠르게 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은 무슬림도, 망명 신청자도 아닌 영국 태생의 17세 소년이었다.
정부가 이런 사실을 밝혔음에도 시위는 수그러들 기색이 없다. 이민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과 불안이 영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장난이든 선동이든, 누적된 불만에 작은 불씨 하나만 던져도 사회와 국가를 흔들 수 있다는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이번 사태를 키운 배후에는 정치인의 선동도 있었다. ‘영국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경찰은 테러 사건이 아니라지만 의문이 남는다”며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의 잇따른 반(反)이슬람, 반이민 선동에 하원의원까지 가세해 시위를 부추긴 것이다.
거짓 정보가 부른 영국의 폭력 사태를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다. 전자파가 성주 참외를 오염시킨다는 괴담에 사드의 정상적 배치는 8년이나 걸렸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가짜 뉴스로 이익을 챙기는 ‘사이버 레커’가 논란이 된 데다 정치 양극화 속에 음모론 등도 넘쳐난다. 이를 걸러내야 할 정치인들은 오히려 유튜브에서 거짓 정보로 지지자들을 선동하거나, 국회로 끌어들이기까지 한다. 거짓 정보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을 부채질한다. 스스로가 가짜에 휘둘리지 않을 판단력을 키워야겠지만 거짓 정보를 걸러낼 제도적 장치와 전파자들을 추적해 책임을 묻는 단호한 조치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도 이미 독버섯 같은 거짓 정보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지경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