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거품론에 흔들리지 말고, 차세대 수익모델에 집중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5일 SK하이닉스 본사인 경기 이천캠퍼스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그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거둔 성과에 안주하지 말라”며 “내년에 6세대 HBM이 상용화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지난 4월부터 약 2개월간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연쇄 미팅을 했다. 4월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났고, 곧바로 대만으로 이동해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회동했다. 엔비디아는 HBM을 장착한 AI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은 HBM을 엔비디아의 요구 사양에 맞게 AI 반도체로 제조해낸다. 이들 3사의 견고한 삼각동맹은 SK하이닉스 실적의 버팀목이다.
최 회장이 이날 이천캠퍼스를 방문한 건 격려와 독려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빅테크들이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3만2000명의 끊임없는 도전과 묵묵한 노력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SK하이닉스가 AI산업을 이끄는 일류 반도체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캐시카우’다. 배터리 사업 부진 등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SK그룹은 하이닉스의 고공행진에 그룹의 명운을 걸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최신형 HBM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최 회장이 이날 “현재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말한 이유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K하이닉스는 맞춤형(커스텀) HBM인 6세대 HBM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규제 SK하이닉스 PKG제품개발 담당 부사장은 이날 “커스텀 HBM에 맞춰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겠다”며 “방열 성능이 우수한 기존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본딩 등 새로운 기술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D램 여러 개를 쌓아 제작하는 HBM은 적층 수가 많아질수록 발열, 휨 현상 등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패키징 기술이 필수다.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MR-MUF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HBM4 12단 제품을 내년 하반기에 출하하고, 2026년까지 HBM4 16단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성상훈/황정수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