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청소기는 자율주행 기술을 실생활에 가장 잘 상용화한 기계로 꼽힌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외부 도로 상황에 변수가 많아 제대로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내에서 작업하는 로봇청소기는 제한된 환경에서 작동하는 만큼 정확도가 높아 더욱 빠르게 보급됐다.
시장이 커지며 경쟁자가 많아지자 기존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바퀴가 없는 물걸레청소 로봇을 개발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브리봇은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소형 이동수단)'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보행 취약 계층을 위해 만든 이동 로봇이다. 5일 정우철 에브리봇 대표는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따라 로봇이 자율이동하도록 하는 기술은 로봇 청소기와 퍼스널 모빌리티 모두에 쓰이는 핵심 기술"이라고 시장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5월 모빌리티 전문기업 하이코어를 인수했다. 하이코어는 바퀴에 배터리와 모터를 함께 장착하는 '듀얼 모터 합성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는 "향후 인구 고령화에 따라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회사는 3년 이내에 완전 자율 휠체어를 시장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202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자율주행휠체어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실증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기존 사업영역인 로봇청소기 부문에서도 기술력을 한층 개선해 프리미엄 모델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사업 초반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로봇청소기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보고 10만원대 제품을 출시했다"며 "최근에는 먼지 흡입·물걸레 청소를 동시에 수행하는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에브리봇은 현재까지도 물걸레청소 로봇 가운데서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자사 제품의 경쟁력으로 AI 기술 고도화를 꼽았다. 고도화된 AI 기술을 탑재하면 로봇의 환경인식률이 높아져 청소 효율성도 좋아진다. 바닥에 액체가 쏟아져 있으면 이 액체를 닦아야하는지 피해야 하는지를 AI가 파악하는 식이다.
회사는 기술 고도화를 위해 3년 전 AI 기술 연구소를 별도로 설립했다. 연구·개발(R&D) 비용도 2021년 12억원, 2022년 17억원, 2023년 19억원으로 해마다 늘리고 있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 가운데 우리 회사 수준으로 AI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에 적용하는 곳은 없다"며 "회사이름처럼 모든 곳에 로봇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성남=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