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로 신장이식 환자 이식 거부반응 조기진단"

입력 2024-08-05 09:38
수정 2024-08-05 09:39


국내 연구팀이 신장이식 환자의 피 한방울 정도의 양으로 이식 거부 반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은 김준기 융합의학과 교수와 신성 신·췌장이식외과 교수팀이 최근 표면강화 라만분광법과 인공지능(AI) 기반 판별 기술을 접목해 신장이식 환자의 혈청에서 이식 거부반응을 조기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신장이식은 말기 신부전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법이다. 성공률이 높지만 이식 거부 반응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신장이식 거부반응은 항체나 T세포가 이식된 신장을 공격하는 게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이런 거부반응을 진단하려면 장기 조직 생검을 해야 했다. 대개 수술이 끝난 뒤 환자에게 16~18게이지(직경 약 1.5㎜, 길이 9~12㎝) 바늘로 생검을 한 뒤 이를 조직염색해 화학분석을 한다. 이후 신장이식 병리 분류를 위한 고급 시스템(밴프·Banff)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밴프 분류는 형태·분자적 소견을 통합해 이식 거부 진단을 표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반복 검사가 힘들고 출혈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다.

환자 상태 모니터링을 위해 혈액을 채취하고 크레아티닌, 혈액요소질소 등으로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데 거부반응 등으로 신장손상이 진행돼 기능이 감소한 상태에선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민감도 조기진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표면강화 라만분광법(SERS)을 활용했다. 낮은 농도의 분석 물질도 검출 가능한 방법이다. 김준기 교수팀이 자체 제작한 금-산화아연 나노입자 기반 SERS를 활용했다. 신성 교수는 이식 거부반응이 없는 군,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군, T세포 매개성 거부반응군으로 환자 샘플을 분류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했더니 인공지능 분석 알고리즘인 선형 판별분석(PC-LDA) 정확도와 부분 최소제곱 판별분석(PC-PLS-DA) 정확도는 각각 93.5%, 98.8%로 나타났다.

김준기 교수는 "SERS 칩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임상 환자 샘플에서 신장이식 거부반응을 진단할 패턴을 찾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했다.

신성 교수는 "앞으로 추가 연구와 검증 과정들을 거친다면 신장이식 환자들이 간단한 혈액 검사로 거부반응을 진단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 및 생명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스&바이오일렉트로닉스'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