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이 4일 광주·전남 지역을 기점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지금까지 전체 권리당원의 약 60%가 몰린 지역에서 투표를 마친 가운데 이재명 전 대표의 누적 득표율은 86.97%로 2년 전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거둔 역대 최고 득표율(77.77%)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이 전 대표의 낙점을 받은 김민석 후보가 1위로 올라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광주·전남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각각 득표율 83.61%, 82.48%를 기록했다. 이날 김두관 후보가 얻은 누적 득표율은 11.49%로 이 전 대표보다 75.48%포인트(13만9340표) 차이로 뒤졌다.
김 후보는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친명(친이재명)계에 각을 세웠다. 그는 “정당 활동 경험이 적은 팬덤을 의사 결정에 동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강성 원외 인사 조직인 혁신회의가 최대 계파가 돼 ‘친명횡재 비명횡사’란 말이 나오는 행태는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남에서 그마나 두 자릿수 득표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강성 친명 세력이 강하게 반발하며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성명문을 내고 “혁신회의는 당원들의 원외조직”이라며 “그런 조직을 하나회에 빗댄 것은 지금껏 당원들의 기대와 열망으로 이뤄낸 민주당의 역사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선 ‘이재명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김민석 후보가 1위로 올라섰다. 전날 전북지역 경선에 이어 호남에서 높은 지지를 얻으며 누적 득표율 17.58%를 나타냈다. 이전까지 1위를 달린 정봉주 후보는 15.61%로 떨어졌다. 영남과 충청, 강원 등에서 이뤄진 경선에서 정 후보가 19.03%를 기록하며 김 후보(17.16%)를 눌렀던 우위가 뒤집힌 것이다. 이는 친명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정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보다 자기 정치를 할 사람”이라는 여론이 퍼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가 지난달 20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민석 후보가)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 난 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힌 것도 당심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두 사람의 뒤를 한준호(13.81%), 전현희(12.59%), 민형배(12.31%), 김병주(11.82%), 이언주(11.17%), 강선우(5.12%) 후보가 따르고 있다. 지난 경선까지 7위로 낙선 위기에 처했던 민 후보는 광주·전남에서 1위를 차지하며 당선권으로 뛰어올랐다. 후보 간 득표 차가 크지 않아 서울·경기 지역에서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역순회 경선은 경기·대전·세종 지역을 거쳐 오는 17일 서울에서 종료된다. 18일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56%, 대의원 투표 14%,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자가 가려진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