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주식 투자로 돈을 벌어본 적도 있다. 나름 투자 논리도 있었다. 직업이 증권부 기자인 만큼 접하는 정보도 많았다. 하지만 한 달간의 투자 성적표는 처참했다.
‘제1회 한경-타임폴리오 KIW 주식투자대회’가 반환점을 돈 지난달 31일 기준 기자의 누적 수익률은 -9.94%다. 순위는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투자 고수들이 몰리는 대회지만 국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 내심 상위권 성적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기자는 반도체주를 집중 매수했다. 사이클을 탄 업종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높은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삼성전자가 ‘8만전자’에 안착한 데다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고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사자니 ‘반골 기질’이 작동했다. 남들이 안 사는 종목을 찾기 시작했다. 이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하나머티리얼즈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했고 최대 비중으로 투자했다.
문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시작됐다. 하나머티리얼즈는 6만원대 초반이 바닥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자마자 1주일 만에 약 10% 하락했다. 나스닥지수가 3%대 급락한 뒤 국내 반도체주가 ‘검은 목요일’을 맞은 지난달 25일 이후에는 손 쓸 수 없는 수준이 됐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를 추가 매수하는 실수까지 해버렸다. 결국 의도치 않은 반도체주 장기투자자가 돼버렸다.
급락장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명확한 투자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식은 ‘파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매수보다 중요한 건 매도였다. 하지만 투자 철학이 부재한 탓에 명확한 투자 계획도 없었고 매도 단가를 설정하지 못한 채 매수를 했다. 본전 생각에 손절매도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분할 매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해 그렇게 하지 못한 것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오르는 주식에는 다 이유가 있다지만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투자자로서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데 나름의 이유를 끼워 맞출 뿐이다. 방법은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조그만 불씨에도 튀어오를 우량 종목을 발굴하고 명확한 투자 철학을 가져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투자를 시작하는 많은 개인투자자가 덜컥 큰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은 돈으로 잃어보며 본인 성향을 알고 학습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