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중에는 스타벅스가 제일 저렴한 듯하네요.” 지난달 31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음료 가격을 대용량 기준으로 올린다는 소식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이번 스타벅스의 가격 조정 결정은 2022년 1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안 오르는 게 없다"는 푸념이 많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그래도 다른 외식 물가와 비교하면 스타벅스 커피는 그나마 덜 오른 편”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달부터 국내 시장에서 일부 음료 가격을 인상했다.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 가격이 각각 300원, 600원 올랐다. 하지만 기본 사이즈인 톨(355㎖) 사이즈 가격은 동결했고 숏(237㎖) 사이즈는 300원 인하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임을 감안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톨 사이즈 음료 가격을 동결한 것”이라며 “가격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고심해서 값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격 조정분을 반영해 스타벅스 커피 값을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최근까지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4100원(2014년 기준)에서 4500원으로 9.7% 상승했다. 연평균 상승률로 따지면 0.94% 수준. 최근의 2~5%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확연히 낮다.
주요 외식 메뉴 가격 상승률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지난 6월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7308원으로, 10년 전(4500원)과 비교해 62.4% 올랐다. 냉면(1만1923원)과 칼국수(9231원)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51.6%, 42%씩 뛰었다. 가장 저렴한 서민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김치찌개 백반 가격(8192원)도 10년 새 45.4% 상승했다.
카페 프랜차이즈 경쟁업체와 비교해도 스타벅스 커피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니다. 아메리카노 기본 사이즈 기준 폴바셋 4700원, 커피빈 5000원, 블루보틀 5600원 등으로 스타벅스보다 가격이 높다. 서울이나 주요 관광지에선 개인 카페 아메리카노도 7000~8000원에 파는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스타벅스가 비싸다는 인식은 처음 국내 진출 당시 이미지가 너무 강력해 이른바 ‘낙인 효과’라는 분석이 있다. 스타벅스가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던 1999~200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시장에선 고급 커피 문화가 전무했다. 따라서 당시만 해도 자장면 한 그릇(2000원대) 값보다 비싼 스타벅스 커피 한 잔(3000원)은 대중에겐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밥 한 끼보다 확실히 싸다.
1등 업체가 갖는 브랜드 대표성이 가격 민감도를 높인다는 지적도 있다. 수요가 많고 관심도가 높은 1등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불만을 더 많이 감당하는 ‘방패막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후발업체들은 똑같이 가격을 올려도 덜 비난 받는 편이다.
교촌치킨이 비슷한 사례다. 지난 10년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후라이드 한 마리 가격(배달비 제외)을 비교해보면 교촌치킨 오리지날은 2014년 1만5000원에서 현재 1만9000원으로 10년새 26.6% 올랐다. 같은 기간 bhc 해바라기 후라이드(현재가 2만3000원)가 53.5%, BBQ 황금올리브(현재가 2만3000원)가 43.8% 뛰었다.
주요 업체 가운데 정작 가격과 인상률이 낮은 편이지만 교촌치킨은 가격 인상의 주범으로 몰리며 매출이 급감하는 등 타격을 입는 면이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소비자들은 더 많이 소비하고 이용하는 곳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1위 업체는 고정 고객 수요가 많기 때문에 더 비판을 받는 측면이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여러 군데를 동시 이용하기보단 고정적으로 이용한 곳을 더 찾을 가능성이 높아 경쟁사와 인상률 면에서 차이가 큰 점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아무래도 커피는 스타벅스, 치킨은 교촌이 대명사로 받아들여지면서 가격 인상에 따른 여론 비판을 가장 강도높게 맞는 면이 있다. 1등 업체들의 비애인 셈”이라고 했다. 이어 “되레 국내에선 스타벅스나 교촌 같은 1등 브랜드들이 인상폭을 적게 가져가 2등 업체들 가격 인상을 저지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