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장관 "25만원法 수용 불가…대통령에 재의 요구 건의할 것" [종합]

입력 2024-08-02 18:38
수정 2024-08-02 18:39

정부가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에) '재의 요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관련 입장' 합동브리핑을 열고 "법률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부는 그간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법률안이 발의된 후 민생회복지원금은 과도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물가나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쳐 민생의 어려움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음을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정 당국을 비롯한 정부의 동의도 없고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법률안이 세밀한 심사조차 거치지 않은 채 국회 내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민생경제 회복, 특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 또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법률안은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안은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을 침해하고 국회가 예산의 편성과 집행기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등 삼권분립의 본질을 형해화하는 문제가 있다"며 "아울러 대규모 현금성 지원은 막대한 나랏빚이 돼 미래 세대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용 중인 국민이 약 1000만명에 불과한 지역사랑상품권만으로 (지원금을) 단기간에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하다"며 "4개월 기간에 13조원의 상품권이 소비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상당히 많은 양이 부정 유통되거나 사용 기간이 초과해 폐기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이 장관은 "정부는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절감한 재원은 약자 복지와 민생경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세심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 여러분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민생의 안정과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다각적인 조치를 계속 추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본 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정부 이송을 앞두고 있다"며 "법률안이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해 전 국민에게 25만에서 35만원 사이의 민생 회복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