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한 여행 상품·상품권 환불 책임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초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가 손실을 떠안기로 했으나 PG사의 환불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티메프 사태로 불거진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둘러싸고 PG사와 여행사, 소비자 간에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핀 번호 발행 시 환불 어려울 듯2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관련 PG사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이들 플랫폼에서 판매한 항공·숙박 등 여행상품과 ‘해피머니’ 등 상품권은 환불해줄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 및 당국에서도 PG업계 주장의 법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반상품에 대해선 PG사와 카드사를 통해 배송 정보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환불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핵심 근거는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물품의 판매나 서비스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신용카드 이용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PG사는 이를 따라야 한다.
여행상품과 상품권만 논란이 불거진 것은 판매자(여행사·상품권 발행업체)와 소비자 간에 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여행상품은 여행 기간 이전이거나, 여행사가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더라도 여행 확정과 함께 계약은 성립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행사가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행 일정 등을 취소하면 환불 의무는 PG사가 아니라 여행사에 있다는 얘기다.
PG사들은 상품권과 관련해서도 핀 번호가 발행된 상품권이 소비자에게 전달된 경우에는 환불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 상품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상품권 핀 번호를 받았다면 판매 절차가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1차적인 환불 책임은 상품권 발행업체에 있다. 하지만 해피머니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는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 환불이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상품권 구매자가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 있다.
PG사가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건 여행·상품권 환불금을 떠안을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티몬·위메프가 현재 소비자에게 환불해주지 못한 금액의 대부분은 여행상품과 상품권이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PG사의 손실 부담은 확 줄어든다. 반면 여행사와 상품권 구매자의 손실은 최대 수천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상법 전문가인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행상품과 상품권은 이미 판매자와 구매자 간 계약이 성립한 것”이라며 “티몬·위메프가 판매자(여행사)에게 대금을 정산해줬는지는 별개 문제”라고 했다. ○여행사·소비자 피해 가능성업체와 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티몬·위메프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소비자 환불액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원칙대로라면 소비자가 사용 확정한 뒤 PG사가 티몬·위메프에 대금을 줬어야 하는데 에스크로(판매대금 예치) 시스템이 미비해 PG사가 그 전에 먼저 돈을 줬다”며 “PG사에도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일각에선 중소 여행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받지 못한 고객의 집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하루 만에 2700건을 넘어섰다.
정부가 조속히 환불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며 “각 회사, 상품마다 약관이 다르고 상품별 거래 진행 정도도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신속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몬·위메프(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가 1조원 가까이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추가 대응 방안과 제도 개선책도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이날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주재로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형교/이선아/정희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