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포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퍼트리샤 록우드는 소설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를 알쏭달쏭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인터넷에 접속했다’는 말을 평범하지 않게 표현한 결과다. 소설은 아리송하고 특이한 문장의 연속이다. 트위터에서 떠도는 문장을 연상케 한다. 록우드가 처음 쓴 소설이다. 2021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소설 1부는 파편적 문장의 연속이다. 주인공은 소셜미디어에 “개도 쌍둥이가 될 수 있나?”라고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에서 유명해진다. 소셜미디어에선 별 의미 없는 자극적인 문장과 사진이 공유되며 인기를 얻는다.
2부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임신한 여동생의 아기에게 희귀병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온다. 인터넷을 켜고 무언가 입력해보려 하지만, 늘 써오던 문장들에서 갑자기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온라인 세상에서 그는 괴상하고 웃긴 문장들로만 존재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소셜미디어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실제 삶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새롭지 않은 교훈이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이 새롭다. 자신을 다 내어줄 수 있는 아기라는 대상이 생기고서야 현실 속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다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온라인 세상과 실제 현실을 예리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으로 대비시켰다. 록우드 특유의 날것 그대로의 문장이 살아 있는 소설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