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커넥티드카 규제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참여를 간접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커넥티드카에 장착된 수천 개 센서와 칩을 활용해 운전자의 이동 경로, 운전 패턴, 차내 대화 내용 등 모든 정보가 중국 정부 손아귀에 들어갈 것을 우려해서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커넥티드카에 관한 국가 안보 위험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독일, 인도, 일본, 한국, 스페인, 영국 등 협력국 회의를 주최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회의에는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도 참여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2월 말 “중국산 커넥티드카의 리스크가 (정보 유출 우려가 큰) 틱톡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바퀴 달린 스마트폰’인 커넥티드카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을 띤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에 직접적으로 공동 대응을 요청하진 않았으나 커넥티드카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공유했다. 커넥티드카가 다른 차량, 개인용 기기, 통신망, 전력망, 기타 기반시설과 계속 연결돼 있어 핵심 기반시설의 주요 접속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국가 간 전쟁이 점점 ‘사이버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중국의 데이터 수집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론 와이든 미국 상원의원 등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서한을 보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 위치 등을 포함한 차량 소유자 개인정보를 대당 몇 센트 수준에 데이터 브로커에게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데이터 유출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즉각 규제를 강화하면 중국산 부품 등을 사용하는 공급망 전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관련 규제가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도 “차량에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하드웨어나 그런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로 규제 대상을 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