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피하자" 주식 내던진 개미들…'뭉칫돈' 들고 달려간 곳 [이슈+]

입력 2024-08-02 13:08
수정 2024-08-02 14:45

미국의 경기 침체(리세션·recession) 공포에 코스피 2700선이 한 달여 만에 붕괴한 가운데 증권가는 추세적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되레 이번 미 경제지표 확인으로 미국 금리인하가 더 과감해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일 "이날 미 경제지표 발표로 생각보다 더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미국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기준선 아래에서 추가로 하락하고 주간 고용이 늘어나면서 불안이 더 자극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미 제조업 경제지표는 시장의 예상보다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날 미국 ISM은 지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48.8을 밑도는 수치다. 7월 수치는 전월치인 48.5도 하회했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ISM 제조업 PMI의 하위지수인 고용지수가 43.4로 전달 대비 5.9포인트 급락한 점이 주식시장에서 공포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이에 곧바로 국내 증시가 폭격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3.4% 넘게 급락(2682.26)하면서 한 달여 만에 2700선이 붕괴됐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경기둔화 우려 확산에 장중 5% 넘게 급락했다. 특히 전날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조치와 맞물리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쏟아졌다.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주식을 내던지고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렸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9%대로 떨어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채권 수요가 높아지면 채권금리(채권수익률)는 떨어진다. 반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 급락했다.

안정세를 찾아가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급등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원 넘게 오른 1372원으로 출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선물시장에서 매도 규모를 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만 1조8000억원 넘게 팔아치우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과도한 우려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와 재정적자 확대 기조라는 조합에서는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과도한 비관론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Fed의 금리인하 전망이 보다 견고해진다면 이 같은 우려도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도 "Fed가 여전히 경기 연착륙에 무게를 두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라며 "따라서 주식시장이 추세적인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이날 경제지표의 부진은 Fed가 미국 금리인하를 더 과감하게 가져갈 수 있는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9월 50bp 금리인하 확률은 이날 마감 무렵 27.5%까지 뛰었다. 전일 대비 13%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12월까지 Fed가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할 확률도 32.9%로 반영됐다. 몇 주 전만 해도 시장은 Fed가 연말까지 0.25%포인트 인하를 한두 차례 단행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금리를 인하하기에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는 9월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0'회에서 여러 차례의 금리 인하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올해 남은 9, 11, 12월 등 세 차례의 FOMC에서 최대 세 번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