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월 금리인하 직진…한은 '진퇴양난'

입력 2024-08-01 17:54
수정 2024-08-02 02:38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했다. 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물가가 안정되고 고용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경로를 명확히 했다. 이와 달리 피벗(정책 전환) 시점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가계부채는 급증해 한은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Fed는 지난달 30~31일 FOMC 정례회의에서 연 5.25~5.50%인 정책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Fed가 8회 연속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갔지만 9월 인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게 FOMC의 대체적인 인식”이라며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경제 성장세와 고용 상황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파월 의장이 구체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9월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달리 한은의 금리 인하 경로는 안갯속이다. 물가상승률이 지난 6월 2.4%로 내려가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2%로 역성장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섣불리 인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조원 넘게 급증하며 3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 안팎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과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8월에라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1일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1366원20전으로 전날보다 10원30전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지난 6월 7일(1365원30전) 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다. 코스피지수는 6.99포인트(0.25%) 오른 2777.68로 장을 마쳤다.

강진규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