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엔 매수·달러 매도 움직임이 확산한 데 따른 영향이다. 엔고는 일본 증시는 물론 글로벌 자산 시장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광범위하게 청산되며 대규모 디레버리징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48엔대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엔화 가치는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연 0~0.1%→0.25%) 결정에 이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외환시장에선 엔·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145엔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전날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명확히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급락했다. 전날 대비 2.49% 하락한 38,126.33에 마감했다. 그동안 엔저 효과를 누려온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에서다. 특히 도요타(-8.48%), 혼다(-4.37%), 닛산(-2.30%) 등 완성차 기업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일본 부동산 기업에도 악재다. 스미토모부동산(-9.15%), 미쓰비시부동산(-8.97%), 미쓰이부동산(-8.07%) 등이 줄줄이 급락했다. 교도통신은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기업의 경쟁력 부담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주식이나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미국 주식 투자 수익을 끌어올렸지만, 일본 주가 하락뿐 아니라 미국 주가 상승분도 엔고에 따라 상쇄된다는 설명이다.
프랭크 벤짐라 소시에테제네랄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 금리 인상으로 변동성이 증폭됐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