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세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와 함께 7개 경합주에서 온라인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을 조사(4973명 대상)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애리조나·미시간·네바다·위스콘신 등 4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오차 범위 내 근소한 우위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7개 경합주를 통튼 지지율도 해리스 부통령이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47%)보다 높았다. 대선 후보 사퇴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의 7개 경합주 지지율(45%)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2%포인트 낮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는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민주당 우위 지역으로 바뀌었다.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애리조나주에서 49%, 네바다주에서 47%로 각각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2%포인트 높게 나왔다. 미시간주에서는 53%로 트럼프 전 대통령(42%)과 격차를 더 벌렸다. 조지아주는 그간 공화당이 우위였으나 이번 조사에선 양측이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위스콘신주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보다 해리스 부통령(49%)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줬다.
한편 공화당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집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2025’를 낸 보수 성향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과의 관계 설정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은 이날 정책입안그룹 책임자인 폴 댄스 국장이 다음달 스스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992쪽에 달하는 이 공약집에서 극단적 내용을 골라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사문화된 법을 되살려 낙태약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끔찍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이 많아지자 트럼프 캠프에서는 헤리티지재단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댄스 국장의 사임은 트럼프 캠프 측 압력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광범위한 지지 기반과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해온 헤리티지재단과 완전히 선을 그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