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출 대비 효용 있나"…2분기 실적으로 제동 걸린 'AI 랠리'

입력 2024-07-31 16:11
수정 2024-07-31 16:2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공행진하던 기술주에 제동이 걸렸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급증하는 와중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매출 증가세가 투자를 따라잡지 못하면서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가 '출혈 경쟁'에 가까워지자 시장이 조정을 받고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매출 증가세보다도 AI 투자 규모를 불리며 주가가 하락했다. MS는 AI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주력 분야인 클라우드 부문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며 30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3%가량 떨어졌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지난 24일 주가가 5%가량 빠졌다. 전날 2분기 실적발표에서 자본지출이 전년 대비 91.4% 늘어난 132억달러라고 발표한데다, 광고 매출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MS가 이날 발표한 2024회계연도 4분기(4월~6월) 실적에 따르면, MS는 매출과 순이익 모두 각각 전년 대비 15%, 10% 늘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MS가 AI 등에 투입한 자본지출 금액이 전년 대비 78%나 늘어난 190억달러로 집계되고, MS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의 4분기 매출 증가율이 29%로 직전 분기(31%)보다 다소 둔화했다. MS는 애저 성장률 중 8%포인트는 AI가 기여했다며 AI 투자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시장은 매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는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클라우드 사업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반도체 칩으로 쏠리며 '제2의 엔비디아'로 떠오른 AMD 실적은 크게 늘었다. 이날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2분기 AI 칩 등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급등했다고 발표하며 주가가 시간외거래에서 7% 이상 뛰었다. AMD의 데이터센터 부문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15%, 전 분기 대비 21% 급증한 28억3400만달러로 집계됐다. AMD는 AI 반도체인 인스팅트 그래픽처리장치(GPU) 출하량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더버지는 "AMD의 데이터센터 부문 사업 규모는 분기별로 22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엔비디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AMD는 엔비디아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정규장에서 7% 하락한 데에 이어 AMD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는 5%가량 올랐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가 효과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기업들이 힘든 시기에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리시 잘루리아 RBC캐피탈마켓 분석가는 "거시 경제 환경은 여전히 힘들다"며 "AI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이는 자본지출 금액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