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벗과 빙수의 중간 같은 느낌이에요. 새로운 묘미네요."
최근 구독자 314만명의 유튜브 채널 '오마이비키 OMV' 출연자 비키는 한 이색 레시피로 만든 음료를 마신 뒤 이 같은 시식 평을 남겼다. 이 파란색 음료는 시원하고 달콤한 맛에 만드는 재미까지 있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른바 '데카포'다.
특히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데카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선 이미 데카포를 직접 만드는 과정을 SNS에 올리는 '데카포 챌린지'도 유행이다. 이들은 기존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색다른 제품 조합법까지 공유하고 있다.게임 속 '물약 아이템'이 현실로
'나만의 조합' 공유가 재미 요소데카포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팅 게임인 '포트 나이트'에 나온 회복 아이템(물약)에서 유래됐다. 이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일본어로 '데카이 포션'(큰 포션)의 줄임말인 데카포라고 불린다. 투명색 병에 파란 액체가 담긴 물약 형태다.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해당 아이템과 색이 유사한 음료를 실제로 만들어보는 데카포 챌린지가 일본에서 먼저 유행을 탔다. 이후 올해 5월 한 국내 틱톡커가 처음으로 챌린지 영상을 올리면서 국내에서도 데카포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현재 국내 첫 번째 챌린지 영상의 조회수는 140만회에 달한다.
데카포 레시피는 간단하다. 우선 얼음이 담긴 컵에 파란색의 소다 맛 아이스크림을 넣어 잘게 으깬다. 여기에 사이다 혹은 탄산수나 파란색의 음료를 넣고, 토핑으로 젤리를 위에 올리는 식이다. 기자가 직접 만들어 먹어보니, 완전 묽지도 않으면서 아이스크림 식감이 남아 있어 독특했다. 마실 때 씹히는 젤리 토핑이 꼭 '마시는 팥빙수'를 연상케 했다.
데카포 챌린지에 참여한 누리꾼 A씨는 "최근 SNS에 데카포 만드는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자연스럽게 이 레시피를 알게 됐다"며 "요즘처럼 더울 때 먹으면 더위가 싹 가시는 맛"이라고 말했다. 또 30대 직장인 오모 씨는 "파란 물약 아이템을 실제로 만든다는 게 흥미로웠다"며 "아이스크림을 일일이 부수는 등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밌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재미 요소는 조합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파란색이란 레시피 콘셉트에만 맞으면 음료에 쓰이는 각종 제품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어서다. 또 이렇게 만든 자신만의 이색적인 조합법을 SNS를 통해 다시 공유하기도 한다.
누리꾼 B씨는 소다 맛 아이스크림으론 '죠스바', 토핑으로 들어가는 젤리는 '지구 젤리'를 추천하며 "물론 각자 자신만의 레시피가 존재하겠지만, 나한테는 이 조합법으로 만든 데카포 맛이 가장 잘 맞았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운 날씨까지 겹치면서 데카포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31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데카포' 검색량 지수는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거의 0에 수렴했지만, 같은 달 26일 84까지 올랐다. 이후 30 전후에 머물던 지수는 여름부터 상승세를 보이다 이달 22일 100을 찍기도 했다. 해당 지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SNS에서 유행을 탄 레시피가 실제 제품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늘었다. 그만큼 SNS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식·음료 레시피를 공유하는 현상이 소비문화에서 일반화된 것"이라며 "수많은 레시피가 쏟아지는 과정에서 데카포는 매력적인 색감과 더운 날씨 등 여러 요소가 겹치면서 주목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