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의 예산부터 인력까지 거의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한국과 달리 다수의 선진국은 철저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공공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국영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싱가포르의 정부투자지주회사 테마섹은 공공기관 관리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재무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정부투자지주회사 테마섹을 통해 공기업 및 공공기관을 관리하고 있다. 싱가포르텔레콤, 싱가포르항공, 싱가포르항만공사(PSA)등 각 분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공기업 29곳이 테마섹의 자회사다.
1974년 출범 당시 3억4500만싱가포르달러에 불과하던 테마섹의 자산은 작년 말 기준 6540억싱가포르달러(약 674조원)로 50년 동안 1900배 증가했다.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공기업을 성장시키며 번 돈으로 비자, 마스터카드, 블랙록, 텐센트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해 이룬 성과다.
테마섹이 비약적으로 성공한 비결은 철저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정부는 테마섹 지분을 보유만 할 뿐 공기업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테마섹 산하 29개 공기업 이사회엔 공무원 출신이 아무도 없다. 관료제적 간섭과 통제 없이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린다. 다른 국가에선 방만 경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공기업이 싱가포르에선 국부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배경이다.
다수의 선진국도 공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하에 공기업 관리기구의 독립성을 상당폭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기업관리청(APE)을 재무부 산하에 두고 있지만 외청형 관리기구로 설치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부 소관의 재무투자공사(UKFI)와 내각사무처 산하 공기업실(SE)을 통합해 영국투자공사(UKGI)라는 국가지주회사를 설립해 공공기관 관리 체계를 단일화했다. 일각에선 기획재정부 소속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다른 나라처럼 독립기관으로 떼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정환/이슬기 기자 jung@hankyung.com